[MZ 톡톡] 고물가와의 사투, 짠테크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시행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에 기여했지만, 이후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가 소폭 둔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듯하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의 경제적 압박 속에서 MZ세대는 어떻게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편의점 4사의 도시락 판매량이 지난달 2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높은 물가가 부담스러워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내가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에서도 점심시간 때면 MZ세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사려고 줄을 선다.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도시락이 동나서 살 수가 없다. 손수 만들어온 도시락을 사무실에서 먹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MZ세대가 생활비를 절약하는 방법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배달 음식을 자제하고, 가계부를 쓴다. 수입과 지출을 통제하면서 돈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또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르게 자신의 재정 상태를 과감히 공개한다. ‘거지방’ 같은 오픈 채팅에 참여하고 앱을 통해 ‘무지출 챌린지’, ‘현금 챌린지’를 하며 생활비 절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실현해 나간다. 절약 자체를 하나의 도전이나 목표로 여기고, 이 과정을 SNS에 공유하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응원하며 함께 즐긴다. 중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고가의 사치품보다는 ‘가성비’를,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저렴한 중고품을 구매해 지출을 줄이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중고 시장에 팔아 수입을 늘린다. 중고 시장 규모가 매년 성장하는 이유다.

MZ세대는 일상생활 속에서 돈을 버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게임을 예로 들면, 단순히 즐기는 게임보다는 게임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P2E(Play to Earn) 게임을 많이 한다. 게임 내에서 키운 작물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게임을 하고, 걸을 때마다 포인트나 현금을 주는 만보기 앱도 여러 개 설치해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신념 아래 다양한 앱테크를 통해 수입 늘리기에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소비 성향은 단기적으로는 개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 감소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경제 활동이 위축해 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면도 있다. 앞으로 어떤 짠테크, 앱테크가 새롭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고금리·고물가와 맞서기 위해 MZ세대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소비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지 않고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