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사법부의 의대 증원 판단, 제대로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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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소송은 절차적·실체적 하자 유무 심리
의료계 소 제기는 부적절…국민 설득이 먼저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의료계 소 제기는 부적절…국민 설득이 먼저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민철기의 개똥法학] 사법부의 의대 증원 판단, 제대로 읽는 법](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7.36077032.1.jpg)
행정소송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처분의 집행정지를 허용하고 있다.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는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집행정지 사건에서는 △신청인의 큰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것 △집행정지 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심리할 뿐이다.
나아가 의대 증원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에서도 법원은 해당 처분에 무효 내지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지를 심리할 뿐이다. 그 처분이 정책적으로 타당한지,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에 근거가 있는지 등은 심리 대상이 아니다. 이는 로스쿨 정원이나 변호사 합격자 수, 수의학과나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관련 법령에서 필수적인 절차로 규정하지 않는 한 업계와의 논의는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증원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처분의 절차적·실체적 하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만약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다면 의료계는 나라를 구한 결정이라고 칭송했을 것인가? 재항고가 기각되면 대법관을 비난할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각종 고소·고발과 소 제기를 통해 정치적인 사건을 사법기관에 던져놓고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해당 재판장에 대한 칭송과 비난을 일삼는 정치권과 다를 것이 없다. 의료계의 주장이 제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정말로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들을 설득하려면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