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약 1조4000억원(위자료 20억)을 지급하라고 항소심에서 판결한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 재판부 배정 때부터 노 관장이 ‘1심 판결 뒤집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재판장을 맡은 김 부장판사가 다른 재판에서 유책 배우자의 책임을 위자료 산정에 폭넓게 반영하는 등 이례적인 판결을 여러 번 내놨기 때문이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아내 측 대리를 맡았을 때 김 부장판사한테 배당되면 환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김 부장판사가 있는 서울고법 가사2부는 작년 1월 한 부부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50 대 50으로 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유책 배우자인 남편 A씨의 비율을 낮춰 45 대 55로 조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작년 6월에는 이혼이 원인인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유책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통상보다 훨씬 높은 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유책 배우자에 대해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 등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하며 위자료 액수를 크게 높였다.

김 부장판사는 또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특유재산’도 배우자의 기여도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을 여러 번 내놨다. 그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이 시작되기도 전에 ‘배우자가 가사노동만 했더라도 특유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왔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법조인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0년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성남지원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