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건다. 골목상권 침해 우려 등 반대 여론에 관해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는 판단에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 모색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인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과 부수 업무 범위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규제를 넓게 해석하는 방식부터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 기준에 현행 금융 업종 관련성 외에 효율성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가 검토 대상이다.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와 관련해선 현행 고유 업무와 비슷한 업무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금융산업도 서비스 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만 전통적 관념에 갇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산분리 규제를 반대하는 여론도 거세다. 그간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력으로 무장한 은행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추진 시기를 무기한 연기한 이유다 당국은 그간 충분히 반대 의견을 수렴해온 만큼 규제를 재검토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보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이달 은행들과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