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또 연장…유가 반등 신호탄인가 [오늘의 유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년 말까지 감산 지속하기로 합의
UAE만 생산 쿼터 늘려
이란·이라크 불만 터져 나올지 주목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 OPEC+가 감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등으로 약세를 띠는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들을 설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OPEC+는 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어 올해 말까지인 하루평균 366만 배럴 규모의 의무적 감산을 2025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지난 1월 시작한 일일 220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은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OPEC+의 다음 장관급 회의는 오는 12월 1일에 열릴 예정이다.
감산 연장의 이유는 수급 상황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고 있고,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도 주춤하고 있어서다. OPEC+가 하반기 감산 제한 조치를 풀면 공급 과잉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아람코가 지분을 매각해 130억달러가량을 조달 중이란 점도 고려했다. 유가가 높아야 자금조달이 수월해진다. 시장에선 유가가 90달러대 이상으로 유지돼야 사우디 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고 본다. 두바이유는 지난 4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80달러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사우디는 당초 예정했던 화상 회의와 더불어 대면 회의를 병행하기로 하고, 주요국 에너지 장관들을 초대해 직접 만나서 설득에 나섰다.
지난주까지 유가는 약세를 지속했다. 지난 3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원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0.85달러(1.18%) 하락 배럴당 7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많이 쌓인 여파로 분석된다. 7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전장 대비 0.2% 내린 배럴당 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 초의 배럴당 91.17달러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1월 이루 처음으로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싼 상태)에 진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연장이 유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OPEC 분석에 따르면 내년 석유 수요는 일일 80만배럴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에너지에스펙츠 암리타 센 공동 창업자인 로이터통신에 "수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만연한 상황에서 OPEC+의 원유 증산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유 선물 거래 포지션을 분석하면 투자자들은 WTI 가격이 앞으로 1년 안에 현재 수준보다 5% 이상 하락한 배럴당 73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4월 뉴욕 투자자들은 WTI 순매수 포지션을 20.6% 줄였고 매도 포지션을 97.5% 늘렸다.
다만 OPEC+ 회원국들이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OPEC+는 2022년 8월 이후 감산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일부 국가는 원유를 초과 생산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S&P글로벌 원자재 데이터 서비스인 Platts에 따르면 러시아, 이라크, 카자흐스탄은 4월에 각각 하루 20만배럴, 24만배럴, 7만2000배럴 씩을 과잉 생산했다. 이라크는 지난달 중국 석유 기업들에게 유전 개발권을 대거 분배하는 등 증산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회의에서 내년 생산 쿼터 합의가 이뤄진 점은 예상 밖이란 평가가 나온다. OPEC+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의 내년 생산량을 기존 일일 290만 배럴에서 350만 배럴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지난주 이란이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일일 36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나서는 등 카르텔의 분열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사우디가 어떤 식으로 이란을 달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 외에는 원유를 대량으로 팔 곳이 마땅치 않기는 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UAE만 생산 쿼터 늘려
이란·이라크 불만 터져 나올지 주목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 OPEC+가 감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등으로 약세를 띠는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들을 설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OPEC+는 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어 올해 말까지인 하루평균 366만 배럴 규모의 의무적 감산을 2025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지난 1월 시작한 일일 220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은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OPEC+의 다음 장관급 회의는 오는 12월 1일에 열릴 예정이다.
감산 연장의 이유는 수급 상황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고 있고,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도 주춤하고 있어서다. OPEC+가 하반기 감산 제한 조치를 풀면 공급 과잉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아람코가 지분을 매각해 130억달러가량을 조달 중이란 점도 고려했다. 유가가 높아야 자금조달이 수월해진다. 시장에선 유가가 90달러대 이상으로 유지돼야 사우디 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고 본다. 두바이유는 지난 4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80달러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사우디는 당초 예정했던 화상 회의와 더불어 대면 회의를 병행하기로 하고, 주요국 에너지 장관들을 초대해 직접 만나서 설득에 나섰다.
지난주까지 유가는 약세를 지속했다. 지난 3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원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0.85달러(1.18%) 하락 배럴당 7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많이 쌓인 여파로 분석된다. 7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전장 대비 0.2% 내린 배럴당 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 초의 배럴당 91.17달러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1월 이루 처음으로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싼 상태)에 진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연장이 유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OPEC 분석에 따르면 내년 석유 수요는 일일 80만배럴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에너지에스펙츠 암리타 센 공동 창업자인 로이터통신에 "수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만연한 상황에서 OPEC+의 원유 증산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유 선물 거래 포지션을 분석하면 투자자들은 WTI 가격이 앞으로 1년 안에 현재 수준보다 5% 이상 하락한 배럴당 73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4월 뉴욕 투자자들은 WTI 순매수 포지션을 20.6% 줄였고 매도 포지션을 97.5% 늘렸다.
다만 OPEC+ 회원국들이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OPEC+는 2022년 8월 이후 감산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일부 국가는 원유를 초과 생산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S&P글로벌 원자재 데이터 서비스인 Platts에 따르면 러시아, 이라크, 카자흐스탄은 4월에 각각 하루 20만배럴, 24만배럴, 7만2000배럴 씩을 과잉 생산했다. 이라크는 지난달 중국 석유 기업들에게 유전 개발권을 대거 분배하는 등 증산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회의에서 내년 생산 쿼터 합의가 이뤄진 점은 예상 밖이란 평가가 나온다. OPEC+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의 내년 생산량을 기존 일일 290만 배럴에서 350만 배럴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지난주 이란이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일일 36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나서는 등 카르텔의 분열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사우디가 어떤 식으로 이란을 달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 외에는 원유를 대량으로 팔 곳이 마땅치 않기는 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