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가상공학 플랫폼 구축 사업 성과 교류회에서 기업 관계자들과 회의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가상공학 플랫폼 구축 사업 성과 교류회에서 기업 관계자들과 회의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기업들은 소재·부품을 설계하고 구조 안정성, 성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초기 설계→시제품 제작→실험 결과 확인’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제품 개발 시기가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한다. 하지만 가상 공간인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설계하고 시제품을 만들면 실물 시제품을 제작할 때보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2017년 가상공학 플랫폼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274건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기업에 기술 자문, 제품 설계, 해석 지원 서비스를 총 784건 지원했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모아놓은 ‘디지털 실증 통합 플랫폼’도 마련했다. 올해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240억원에 달한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214건의 기술 지원을 통해 기업당 개발 비용을 평균 1600만원 절감하고 개발 기간도 평균 3개월 단축했다. 고가의 외국산 소프트웨어 대비 95% 정확도를 구현하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유지한다고 기계연구원은 강조했다.

기계연구원은 △금속 △화학 △섬유 △세라믹 △기계 등 5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소부장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기업에 기술 컨설팅, 디지털 설계·해석 지원, 재직자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열복 제조 전문기업 성광테크가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낸 사례로 꼽힌다. 공정 변수 설정·최적화와 최종 제품의 열전달·열유동 해석 등을 지원받아 화재·초고온 환경 대응용 방열보호복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 사업화로 연 매출 8000만원, 신규 고용 3명, 특허 출원 4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시뮬레이션 기반을 갖추면서 소재 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아놓은 소재 데이터만 415만 건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이 실제 신소재 개발 시 활용할 수 있는 소재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KoMaP)도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재 연구 데이터 플랫폼(K-MDS)과 연계할 계획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소재 연구 데이터 플랫폼 사업과 가상공학 플랫폼 구축 사업 간 협력으로 연구계와 산업계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