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제임스 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제임스 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금융 및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해 규제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한국을 금융·비즈니스의 허브로 한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발굴해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암참은 이 원장을 비롯해 금융업계 대표를 초대해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금융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 혁신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명순 씨티은행장, 조지은 처브그룹한국 수석대표, 램지 투바시 AIG손해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 코리아 사장, 패트릭 스토리 비자 코리아 사장, 한승수 모건스탠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 원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유치를 위해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암참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사를 설립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탈(脫) 중국을 시행하면서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이기 좋은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의 유치 성과는 저조한 편이다. 싱가포르에 아태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수는 지난 4월 기준 5000여개에 달했다. 홍콩은 1400여개였고, 중국 상하이는 940여개였다. 한국은 100여개에 불과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진출을 꺼리는 이유로는 규제가 꼽혔다.

제임스 최 암참 회장은 이날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지만, 규제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진출을 주저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를 갖춘다면 한국의 잠재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도 "외국계 회사들의 주요 제약요인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한국 금융업계의 고질병으로 '망 분리 규제'를 지적했다. 금융업계에선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금융업계의 서비스 혁신을 위해 망 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 원장은 "현재 금융회사 고유 업무에는 클라우드 활용 등이 아예 안 되고 있는데 어느 범위까지 허용을 할 수 있을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는 열어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금융위원회, 금융보안원 등과 망 분리 규제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올 하반기에 내용을 정리해서 단기성과는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 리스크로 가계부채 문제, 취약계층·다중채무자 문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구조적인 리스크를 꼽았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문제는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앞으로 6월 말, 9월 말 기준으로 양상을 보고 (재구조화) 속도나 강도가 너무 과하거나 느리지 않게 미시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