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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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시추 승인 소식을 전하자, 석유 개발과 관련된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3일 상한가를 기록한 10개 종목 중 흥구석유, 한국석유, 화성밸브, 대성에너지, 동양철관, 한국가스공사, 한국ANKOR유전 등 7개 종목이 석유 관련 종목이었다. 10% 이상 상승한 49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도 석유개발 관련 종목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전일 대비 8900원(29.87%) 오른 3만8700원에, 한국석유는 4140원(29.98%) 상승한 1만7950원에, 흥구석유는 3750원(30%) 뛴 1만6250원에, 대성에너지는 2530원(29.91%) 오른 1만990원에, 화성밸브는 1530원(29.94%) 높은 6640원에, 동양철관은 8900원(29.89%) 튄 904원에, 한국ANKOR유전은 102원(29.74%) 오른 445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10개 중 7개가 동해 심해 유전 개발 기대감을 배경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수입을 독점하는 공기업이다. 동해의 해저유전 개발이 성공하면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이다. 한국가스공사가 도입한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를 각 가정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건 대성에너지와 경동도시가스(13.62%) 같은 도시가스업체들이다.

대성에너지를 비롯해 흥구석유, 한국석유는 국제유가를 흔드는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단골’ 석유·가스 테마주다. 흥구석유는 GS칼텍스로부터 석유제품을 구매해 경북지역에 판매하는 유통업체이며, 한국석유는 석유정제 부산물을 사들여 아스팔트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다. 상한가에 약간 못 미친 종목 중에서도 중앙에너비스(29.51%), 지에스이(27.26%), 대성산업(15%), 대성홀딩스(11.22%) 등 석유·가스 테마주들이 눈에 띈다.

화성밸브와 동양철관은 강관(쇠파이프)을 만드는 기업이다. 유전에서 석유든 가스든 퍼올리기 위해서는 파이프가 필요하기에 수혜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동양철관을 길다란 파이프를 만드는 회사이며, 화성밸브는 파이프와 파이프를 연결하는 피팅제품을 만든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10% 이상 상승한 49개 종목 중에서도 피팅제품을 비롯해 석유개발과 관련된 종목이 27개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비중이다.
자료=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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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종목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미얀마의 해상 가스전을 탐사부터 시작해 개발하고 생산된 가스를 판매하고 있다. 가스 판매 사업은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력 수익원 중 하나다.

조선사와 철강사가 강세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저유전을 개발하기 위한 시추장비와 부유식 석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를 만드는 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각각 4.8%와 4.71% 올랐다. FPSO와 FLNG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철강이 들어가기에 동국제강(4.59%), POSCO홀딩스(1.36%), 현대제철(2.02%) 등 쇳물로 철강재를 만드는 철강사들도 강세를 보였다.

석유 개발 관련 종목들의 광범위한 상승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최근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부가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52조원이다. 안 장관의 말대로라면 2260조원가량의 석유·가스가 동해에 묻혀 있는 셈이 된다.

다만 동해의 심해유전에 많은 양의 석유·가스가 묻혀 있더라도 관련 기업들의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동해 심해유전에 석유·가스의) 매장이 확인되면 2027~2028년부터 탐사를 시작하고, 상업적인 개발은 2035년부터 이뤄질 것”이라며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을 예정이고, 개당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추 이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