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들이 수신 상품 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정기예금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책정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 슬로건으로 내세운 ‘연 2%’ 파킹통장 금리마저 연 1.8%로 낮췄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인해 인터넷은행들이 대출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게 되자 수신 상품의 금리 경쟁력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29일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를 연 3.55%에서 3.5%로 낮췄다. 동시에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도 똑같이 인하했다.

지난달 14일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3.6%에서 3.55%로 0.05%포인트 낮춘 이후 불과 보름 만에 이어진 금리 인하 조치다. 2년 만기와 3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연 3.4%에서 연 3.2%로 한 번에 0.2%포인트 떨어뜨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연 3.4%에서 연 3.3%로 낮췄다. 같은 날 만기가 2~3년인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연 3.3%에서 연 3.0%로 0.3%포인트 인하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27일 기본 입출금계좌이자 파킹통장인 ‘토스뱅크 통장’ 금리를 연 2%에서 연 1.8%로 0.2%포인트 내렸다. 토스뱅크는 기준금리가 0%대에 불과하던 2021년 10월 출범하면서 파킹통장 금리를 연 2%로 제시해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자사의 상징과도 같은 파킹통장 금리를 연 1%대로 낮추며 수신 규모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퉈 수신 상품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때문이다. 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 상품으로 자금을 모아 대출을 내주는데, 대출을 마음껏 내줄 수 없으니 굳이 예·적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체적인 여신(대출자산)의 연간 증가율 가이던스를 20% 내외에서 10% 초반으로 조정하고자 한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