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5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와 저금리 기조가 겹쳐 ‘빚투’(빚을 내서 투자)가 성행하던 202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2308억원으로 전월 말(698조30억원) 대비 5조2278억원(0.7%) 증가했다. 월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7월(6조2009억원) 후 2년10개월 만에 최대다.

주담대가 급증한 것이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월 말 540조9903억원에서 5월 말 546조3060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3157억원(1.0%) 늘었다. 작년 11월(1.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주담대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늘어난 원인으로는 연초부터 주택 매매가 활성화된 점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는 1월 3만2111호에서 2월 3만3333호, 3월 4만233호, 4월 4만4119호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보통 주택 매매는 1~2개월 후에 주담대 잔액에 영향을 미친다.

주담대와 달리 집단대출은 지난달 1248억원(0.1%) 감소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638억원(0.1%) 늘어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정체되고 집단대출이 감소했는데도 전체 주담대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주택시장 회복이 주담대 증가의 핵심 원인이란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