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인사 패싱' 논란 檢총장의 한마디
이원석 검찰총장(사진)이 3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전입한 검사들 앞에서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낭송했다. 이번 인사는 법무부가 이 총장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행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터라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입 인사에 참석해 "단순하지만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며 푸시킨의 시를 소개했다. 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있는 것, 현재는 항상 슬픈 것.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나니"라는 내용이다.

이날 이 총장이 만난 검찰 177명은 지난달 13일 검찰 고위 간부에 이어 29일 단행된 중간 간부 인사에 의해 수도권으로 전입한 이들이다. 이 총장은 앞서 이번 인사에서 법무부가 자신과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총장은 검찰 업무와 관련해 "'직업'의 '직(職)'은 자리라는 뜻이고 '업(業)'은 일이라는 뜻"이라며 "업을 통해 직을 얻으면 만인의 박수와 축하를 받겠지만, 직에 방점을 찍고 자리를 얻으려는 욕심에 업을 하게 되면 사사로움이 개입돼 자신과 검찰, 국가를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세상의 소금'에 빗대기도 했다. 이 총장은 "소금이 짠맛을 잃는 순간 가치 없는 광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검찰이 공동체의 부패를 막고 사람의 몸에 필수적인 소금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다면 결국 쓸모없이 버림받게 되는 것"이라며 "주어진 자리에서 오로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소금과 같이 제 몸을 녹여 국가를 위한 검찰의 책무와 소명을 다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국민을 든든히 지키는 호민관"이라며 성폭력·스토킹·전세사기·보이스피싱·투자사기·마약범죄 등 민생 침해 범죄에 엄정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