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 제공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톡 같이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부가통신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대상으로 장애 대응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이어 최근 들어 지난 한 달간 세 차례나 카카오톡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 메신저 장애에도 '대응 의무' 없다니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에도 이용자들에게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관련 조항(제37조의12)은 통신서비스 제공이 중단된 경우 이용자에게 해당 사실과 원인, 대응조치 현황, 상담 접수 연락처 등을 고지하도록 규정했지만 예외가 있다. 주기적으로 이용요금을 받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장애 사실과 원인을 알리거나 상담 접수 연락처 등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도 사전적으로는 이에 해당한다. 다만 카카오톡은 이용자 간 단순 메신저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안에 민감한 은행이나 법원·경찰 등 민간·공공기관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는 '알림톡'은 하루 최대 1억건을 넘기도 한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경우는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간통신서비스는 말 그대로 기간통신이기 때문에 통신이 중단되지 않는 것을 매우 강조하는데, 이제 주요 역할을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장애 대응) 의무를 부과해야 이용자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약 127시간 동안 먹통이 되자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빚었다. 카카오 기반으로 예약·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던 매장은 영업을 할 수 없었고, 주차 서비스를 이용한 차량은 출차를 하지 못했다.

택시·대리운전 기사들은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하루벌이를 포기해야 했다. 한 택시기사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당시 먹통 사태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면서 카카오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물론 무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 지나치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입법조사관은 "국가기관에서도 고지 같은 것들을 카카오나 네이버로 많이 하고 있는데 정부가 플랫폼에 이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일부 사업자들에게 안정적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도 세 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이 이뤄지지 않는 장애가 발생하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다만 카카오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서비스 안전성 확보 조항(제30조의8)을 통해 이용자에게 장애 발생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꾹닫' 카카오, 정부 점검에 '관리 미흡' 시인

문제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장애가 되풀이된 지난달 이에 대해 구체적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 그러다 이달 들어 정부가 발표한 점검 결과에 대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뒤늦게 관리 미흡을 시인했다.

카카오 측은 장애 당시 "근본적 원인이 따로 있진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점검 결과 관리 미흡에 따른 오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과기정통부 발표 이후 "작업 관리 및 감독이 미흡했다는 과기정통부 점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선 지난해에도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장애 대응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주기적 이용요금을 받는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부가통신서비스에 대해선 이용자에게 통신장애 대응 조치 현황 등을 알리는 등 장애 대응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봤다.

기간통신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화나 문자메시지 불편을 겪는 것 못지않게 카카오톡 같은 부가통신서비스 장애 시 각종 연동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편도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신을 이용한 결제, 지도, 메신저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주요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에 대해선 배상 기준을 정하도록 사업자·이용자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