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시어머님의 죽음이 제게는 너무 충격이었어요. 저랑 그렇게 가까웠던 분이 갑자기 죽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때문에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최근 최태원 SK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과 위자료 판결을 받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과거 인터뷰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 해당 영상이 다시 공유되며 자녀 교육을 위한 지침서로 회자할 정도다.

노 관장의 인터뷰는 3년 전 한 기독교 채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받고 1997년 뉴욕에서 별세한 시어머니 박계희 여사의 죽음을 떠올렸다.

노 관장은 "(시어머니 사망 후) 100일 동안 잠을 못 잤다"라면서 "이래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서 무당을 불러서 굿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만큼 정신이 나갔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굿을 잘하는 친구 집에 가서 무당 소개를 받으려 했는데 거기 있던 크리스천 친구가 그때는 아무 말 없더니 나중에 전화를 걸어와 '무당 불러들이는 거 아니야'라고 충고해 줬다"면서 "이제 어쩌지 싶었는데 이웃 학부모 엄마가 같이 교회에 가자고 해서 가게 됐다. 안수를 받으면 사흘 밤은 잘 자고 안 가면 잠이 오지 않고가 반복됐다. 그때는 살려고 교회에 갔었던 것 같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건 논증하고 이성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노 관장은 교육 현실에 대해 "서울대 카이스트 같은 데 가보면 그런 친구들도 아쉬움이 있다. 독자적인 자기 고집으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이거 하면 더 잘될까'하는 눈치 빠른 생각만 하고 약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차라리 20대는 미련한 게 낫다. 미련하게 자기 뚝심 가지고 실패하더라도 부딪히면 발전하고 자신의 성장에 자양분이 될 텐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아트센터 나비가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스스로 뭘 할 수 있고 잘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융복합센터로 교육을 해왔다"면서 "그러지 못한 나머지 80%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무너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나는 안 돼', '나는 루저야', '어떻게 해도 안될 거야'라며 학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만 있다. 이제는 나머지 80% 아이들을 잠에서 깨울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만만하지 않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따라가지 못하고 인간이 좇아갈 수 있는 범주를 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뭘 한들 그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이 세상에 재능 없이 태어난 아이는 없다. 단지 차이점은 그걸 발견할 기회를 가진 사람이냐 못 가졌느냐의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 유튜브
출처 = 유튜브
노 관장은 "지금 세상은 줄을 좁게 세우는 사회다. 국·영·수 잘하는 사람이 그 사다리에 오를 수 있고 나머지는 재능이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AI 시대가 오면 국·영·수 잘하는 건 의미 없다. 그 기술을 만드는 소수의 사람만 있으면 되고 사람들 마음을 만져주는 게 가치로 전환되는 세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요원하지만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고 좋아하는 일을 놀면서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논다는 건 인간 본연의 원천이다. 거기서 창의성이 나오고 그게 결국 가치로 전환된다"면서 "그걸 생업으로 직업으로 할 수 있는 게 가능한 체인이 구축된 교육기관을 기획하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앞에 다가오는 파도들을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노 관장은 "우리 세대의 도전은 단편적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데 취직해서 돈 많이 벌 수 있었다. 언제든지 만만한 세상은 없었지만 예측이 가능한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도대체 뭐가 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세상이 됐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산업화와 경제적 부흥을 이뤘고 부모 세대는 민주화 이뤘는데 우리는 뭐하냐고 젊은 세대는 고민이 많다. 부모 세대도 전혀 지침이 되지 않고 세상이 격동적이고 모든 게 미지인 세상이라 어떻게 나를 찾고 어떻게 살아가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모든 게 어려운 세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기본은 자신을 찾고 이 세상에 나는 나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건 우연이나 사고가 아니고 우주에 나라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으므로 나만 할 수 있는, 나만 발할 수 있는 빛, 나만 낼 수 있는 향기가 있다는 걸 믿게 해줘야 한다"면서 "기독교 문화가 좀 더 건전하고 밝고 젊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에는 "이런 엄마 밑이라서 최민정 중위 같은 딸이 나온 것 같다. 요즘 지도층 자녀 같지 않은 건강하고 또 단단한 젊은이로 키웠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재벌의 사모님은 으레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초월한다. 지적이고 겸손한데 신앙심까지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구현할 분이다", "남편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평정을 찾고 계시는 것 같다. 따님들이 어머님을 보고 배운 것 같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시철 부장판사의는 최 회장을 향해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였거나, 배우자에게 명백한 거짓말을 했다. 최 회장 주장을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혼외자 고백후 이혼을 요구한 최회장에 대해 '끝까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하는 위선적인 모습'이라고 쓴 자녀들의 탄원서를 언급하며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최윤정, 민정, 인근 3남매를 두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