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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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를 만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국내 대표 문구업체 모나미의 송하경 회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필기구를 단순히 쓰고 기록하는 도구라는 시선에서 '생각하는 도구'로 재정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4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필기구가 생필품인 시대는 지났다"면서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낼 수 있는 가치 있는 상품으로 발돋움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기기의 보편화로 어려움을 겪는 문구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송 회장의 생각이다.

필기구 혁명 일으킨 모나미짝퉁 '몬나니''모라니' 나오기도

모나미의 제품 차별화 신화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력 제품인 ‘모나미 153 볼펜’은 을 최초로 국내에 출시하며 필기구계의 혁명을 불러왔다.

당시 주로 쓰인 만년필과 잉크펜은 글씨의 굵기가 고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글씨가 쉽게 번지거나 펜촉에 종이가 찢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모나미가 국내에서 ‘블루오션’이었던 볼펜에 주목한 건 송삼석 전 회장이 1962년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장에 참석하면서다. 그는 한 일본 문구업체 직원이 잉크를 쓰지 않고도 고른 굵기로 필기하는 모습에 주목하게 된다.

송 전 회장은 일본 문구 업계를 주름 잡던 오토볼펜을 통해 잉크를 농축하는 기술을 전수한다. 볼펜에서 흘러나오는 잉크를 조절하는 팁(볼펜 끝에 볼이 달린 부분)을 오토볼펜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조건이었다. 이후 송 전 회장은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노력을 거듭해 1963년 153 볼펜을 출시한다.
사진=모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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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볼펜이 처음부터 잘 팔리지는 않았다. 만년필과 잉크펜에 익숙한 사람들이 볼펜을 굳이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모나미는 관공서와 기업에 153 볼펜을 무료로 나눠주며 '책상에서 잉크펜 없애기' 캠페인을 벌인다.

캠페인에 힘입어 1970년 중반에는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볼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인기를 누린다. 모나미의 인기를 틈타 외형만 유사한 짝퉁 볼펜 ’몬나니‘, ’모라니‘ 등이 팔릴 정도였다.

153 볼펜 '프리미엄화' 내세우며 차별화 꿈꿔

61년 동안 ’나의 친구‘란 사명(社名)대로 국민 필기구 업체로 자리매김한 모나미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우며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153 볼펜에 ‘세련미’를 덧입혀 프랑스 문구업체 ‘몽블랑’과 같은 명품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나미는 153 볼펜 출시 50년을 맞은 지난 2014년 ‘153 리미티드 1.0 블랙’을 1만 자루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했다. 송 회장은 “제품 가격이 300원이었던 153 볼펜을 2만원대에 판매하는 게 상술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도 “출시 이틀 만에 제품이 품절되는 걸 보며 문구류의 고급화가 가능하다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모나미는 ‘153 러브’, ‘153 독도’, ‘153 패션’ 등 현재까지 10여 개의 프리미엄 볼펜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송 회장은 “프리미엄 문구류의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1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겨냥한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 제품과 한정판 제품을 출시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나가는 게 송 회장의 구상이다.
사진=모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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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뷰티 등 사업군 다각화도 추진

기술력을 활용한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 화장품 색조 회사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송 회장은 화장품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독일 문구 브랜드 ‘스타빌로’에 빗대어 “모나미는 60년 이상 업력으로 쌓아 온 색조 배합 기술과 사출 금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컬러를 구현해야 하는 화장품 산업은 모나미가 지닌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고 자신했다.

패션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모나미는 지난해 6월 이상봉 디자이너와 협업해 모나미 153의 블랙 앤 화이트 색상을 의류 디자인으로 새롭게 해석한 ‘모나미룩’을 제품으로 선보였다. 지난 3월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오닐과 협업해 모나미룩 스타일의 스포츠 의류를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모나미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송 회장은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은 모나미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계기“라면서 ”모나미만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