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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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에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노사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올해 노동계가 본격적으로 주장하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위원회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차등 적용 두고 노사 '신경전'

이날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사업장 16만 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 영업이익은 23.2%가 감소했고 1분기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 금액은 15.5조에 달한다"라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간 공개 시점 합의를 어기고 유출된 '단신근로자 월평균 생계비'에 대해서도 "심의 자료로 쓰이기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의 기초 자료인 생계비 통계가 전원회의에 보고되기도 전에 언론에 유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공개된) 전체 비혼 단신 근로자 월평균 생계비 246만 원은 월 소득 7~800만 원에 달하는 고임금 계층의 소비 지출까지 포함해서 산출된 평균값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수치로 활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본부장은 "금년 6월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 전망 지수가 79.4로 전년 동월 대비 1.7%포인트 하락했고 특히 인건비 인상에 따른 비용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라며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61.6%로 근래에 실시한 조사 중 가장 높았고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부담이 된다라는 응답이 10인 미만 기업과 서비스업에서 87%에 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위에도 "위원들에게 구분 적용에 대해서 심의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수년째 실질적인 심의는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구분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회의 일정을 감안한다면 업종별 차별 적용과 같은 사회 갈등만 야기하는 논의 주제는 걷어내고 하루빨리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맞는 올바른 심의가 이루어지길 최저임금위원회에 촉구한다"라며 차등 적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정 업종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이미 겪고 있는 인력난은 더욱 악화하고 해당 업종의 경쟁력을 더욱 낮추게 될 뿐이라는 것을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라며 "차등적용을 앞세워 말할 시간에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자들과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최저임금위원회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 밖에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차등 적용 논의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김 위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밀어붙이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사퇴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현행법상 논의 불가"

한편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도급근로자 최저임금'을 노동계가 검토 요구한 데 대해 경영계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시급·일급 등의 단위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법 5조 3항에서는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 적당하지 않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노동계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주장을 들고나온 상황이다.

류 전무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주로서 최저임금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선고한 판결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가 예정하고 있는 근로형태는 그 유형이 천차만별이어서 이를 미리 예측해 사전에 당해 근로자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액을 개별적으로 정해 둔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류 전무는 이어 "도급 형태의 근로와 관련해서 최저임금을 현행 최저임금과 별도로 정하려면 최저임금법에 의해 그 전제조건으로 '필요성'이 인정이 돼야 한다"며 "인정의 주체는 최저임금위가 아니며, 현 시점에서 최저임금위가 도급 근로자에 대한 별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법에서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