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 달하는 전공의 개업·재취업 쉽지 않아…일부 수련병원 복귀 기대
전공의들은 "안 돌아간다" 강경…복귀자 적으면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 타격
정부, 대대적 '전공의 달래기'로 50% 복귀 기대…의료계 총파업 움직임 '변수'
사직서 수리로 복귀 기대하는 정부…전공의 입장 강경해 '글쎄'
정부가 사직서 수리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출구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라 100일 넘게 이어진 의료공백이 곧바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전공의 대상 강경책을 유지할 실익이 없어졌고, 10%에도 못 미치는 전공의 출근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강경하게 내세우고 있어 복귀자 규모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직서 수리로 복귀 기대하는 정부…전공의 입장 강경해 '글쎄'
◇ 1만여 전공의 개업·재취업 어려울 듯…정부, 일부 수련병원 복귀 기대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기존에 내린 명령을 거둬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련 병원이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의대 입학정원을 늘린 정부로서는 100일 넘게 이어져 온 의료 공백 사태에 어떻게 해서든 마침표를 찍고 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사직했다.

이후 정부가 각 병원에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 것을 명령함으로써 이들은 불법으로 병원을 이탈한 상태가 돼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일부 전공의들이 일부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의 출근율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는 것은 이런 전공의들에게 돌아올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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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1만여명이 일시에 개원가에 일반의로서 재취업하기도 쉽지 않고, 당장 개업할 여건을 갖추기는 더더욱 어렵다.

정부는 전공의가 이번 조치로 사직을 하더라도 상당수가 다른 수련병원으로 가 수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공의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빅5'(서울 주요 5대 병원)의 빈자리를 사직 전공의들이 채운다면 중증·응급 환자들이 몰리는 이들 병원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사직서 허용 등 '전공의 달래기' 대책으로 이탈 전공의의 50% 이상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목표치는 없지만 절반 넘게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유턴'이 늘어나면 전공의 부재로 도산 위기에 봉착한 병원들의 경영 상태에 숨통을 틔워줄 수도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고자 운영 중인 비상진료체계에 7천500여억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2천억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쏟아부어 왔는데, 전공의들의 복귀가 이런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사직서 수리로 복귀 기대하는 정부…전공의 입장 강경해 '글쎄'
◇ 전공의들 "안 돌아간다" 입장 여전…복귀 적으면 필수의료 타격
정부의 사직서 수리 허용 방침이 알려진 뒤에도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은 그동안 정부가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등 유화책을 내놓았을 때도 '요지부동'이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다른 전공의들을 독려하면서 "또 무언가 발표가 있을 것 같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며 "저는 안 돌아간다.

잡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시끄럽게 떠들지만 말고 업무개시명령부터 철회하든 행정 처분을 내리든 해달라"며 "사실 이제는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남겼다.

다른 전공의들도 대체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힌 가운데 복귀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큰 필수의료는 기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수도권 병원 사직 전공의는 연합뉴스에 "다른 병원 전공의들끼리 얘기해봤는데 복귀는 거의 안 하는 분위기다"라며 "정부의 의료 정책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복귀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의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는 "정부가 사직서를 수리한다고 해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인 내과는 살리면 살릴수록 소송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사직서가 수리되면 통증클리닉 쪽으로 취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직서 수리로 복귀 기대하는 정부…전공의 입장 강경해 '글쎄'
◇ 의협·의대교수 총파업 논의 '변수'…정부, 대대적 지원으로 전공의 달랜다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들도 총파업 논의에 들어가 향후 의정(醫政) 갈등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전국 동시 촛불집회에서 임현택 회장이 '6월 큰 싸움'을 예고한 의협은 이날부터 7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다.

2020년 증원 추진 당시 개원의 총파업의 참여율이 10%에 못 미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지만, 강경파 임 회장이 이끄는 의협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정부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이 큰 싸움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 단계 돌입하자 정부가 갑자기 전공의들에 대한 복귀 명령을 해제한다는 소식을 흘렸다"며 "큰 싸움의 김을 빼기 위해 갑자기 전략을 급히 수정한 것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 괴상한 정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남겼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전체 교수들이 참여하는 총회를 열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 학교 교수들은 정부의 행정처분이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다른 의대 교수들의 단체에서는 아직 총파업 등을 계획하지는 않고 있으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나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언제든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도록 전공의 달래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논의하고,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투자도 병행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또 전공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자 2026년 법 시행에 앞서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그동안 전공의들을 대거 활용해온 병원들은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해 전공의들이 수련에 더 집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공의 단체에서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7가지 중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을 제외한 제도적 개선 사항은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조속한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