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어 6호가 월면에서 펼친 오성홍기 /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창어 6호가 월면에서 펼친 오성홍기 /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중국의 달 착륙선 '창어(嫦娥·달의 여신 항아) 6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달 뒷면 착륙과 샘플 채취는 우주 최강국인 미국도 이루지 못한 성과여서 향후 우주 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릴 시추·기계 팔 표면 채취로 샘플 수집"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4일 중국 국가항천국(국가우주국)을 인용해 "창어 6호는 2~3일 달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에서의 지능형 쾌속 샘플 채취를 순조롭게 마치고 예정대로 진귀한 달 뒷면 샘플을 밀봉해 상승선에 탑재했다"고 전했다. 이어 "4일 오전 7시 38분(중국시간) 창어 6호 상승선은 샘플을 싣고 달 뒷면을 이륙했고, 3000N 엔진은 작동 약 6분 후에 상승선을 성공적으로 예정된 달 궤도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CCTV는 "샘플 채취 완료 후 창어 6호 착륙선은 갖고 있던 오성홍기를 달 뒷면에서 성공적으로 펼쳤다"며 "이는 중국이 처음으로 달 뒷면에서 독립적으로 국기를 내보인 것으로, 이 국기는 신형 복합 소재와 특수 공정으로 제작됐다"고 했다.

궤도선·착륙선·상승선·재진입모듈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 창어 6호는 세계 최초 달 뒷면 토양·암석 샘플 채취를 목표로 지난달 3일 발사됐다. 발사 당일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약 30일간 달 주변 비행을 수행하며 착륙을 준비했고, 지난 2일 목표 지점인 달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에 착륙했다.
무빙 카메라가 창어 6호를 촬영한 모습 /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무빙 카메라가 창어 6호를 촬영한 모습 /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CCTV는 창어 6호의 핵심 임무인 지능형 샘플 채취 과정에 대해 "탐사선은 달 뒷면의 고온을 견뎌내고, 드릴을 이용한 시추와 기계 팔을 이용한 표면 채취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샘플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또 착륙선에 탑재된 착륙 카메라와 파노라마 카메라, 달 토양 구조 탐지기, 달 광물 스펙트럼 분석기 등이 정상 작동해 계획대로 달 표면 탐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창어 6호가 싣고 간 유럽우주국(ESA)의 달 표면 음이온 분석기와 프랑스의 달 라돈 탐지기 등도 정상적으로 가동됐고, 착륙선 상단에 달린 이탈리아의 레이저 각 반사기는 달 뒷면 거리 측정에 쓰였다고 CCTV는 설명했다. 토양과 암석 등 총 2㎏가량의 시료를 채취한다는 목표로 발사됐던 창어 6호는 이달 25일께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달 뒷면서 미션 수행하며 미국 견제

중국의 이번 성과가 주목되는 것은 착륙지가 달 뒷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을 포함해 어떤 국가도 달 뒷면에 착륙선을 안착시킨 적은 없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는 데다 전파가 직접 닿지 않아 통신을 하려면 중계 위성도 필요하다. 중국은 2019년에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안착시켰고, 이번 창어 6호를 통해서는 샘플까지 수집했다. 중국이 자국의 우주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셈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총 39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2026년 인간을 달에 보내고, 이르면 2020년대 후반에 달 기지를 짓는 것이 목표다. 중국은 이에 맞서 2030년 유인 착륙, 2030년대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켰고, 중국은 2004년에서야 달 탐사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가다.

달과 관련해 미중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광물자원이다. 달에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헬륨3가 100만t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헬륨3 1g은 석탄 40t과 비슷한 에너지를 낸다. 전자기술에 꼭 필요한 희토류 등 또 다른 자원도 달에 다량 존재한다.
창어 6호가 달 뒷면을 촬영한 사진 /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창어 6호가 달 뒷면을 촬영한 사진 /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우주 선진국 도약한 '중국의 힘'…풍부한 인재풀

중국은 글로벌 우주 원격 탐사 20위권 안에 5개, 100위권 안에는 14개 대학을 보유한 '우주 선진국'이다. 중국 후베이성 최고 명문대인 우한대는 원격 탐사 분야에서 7년 연속 세계 대학 순위 부동의 1위다. 역시 우한에 위치한 중국지질대는 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의 연구를 주도했다. 이 두 대학은 달 탐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중국 교육부는 2022년 5개 대학에 행성과학과 신규 설립을 인가했다. 우주 인재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풍부한 인재풀을 구축한 중국은 달 탐사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달 탐사 계획 '창어 프로젝트'는 2007년부터 성과를 냈다. 2007년 창어 1·2호는 달의 궤도를 돌면서 달 표면의 3D 지도를 만들었다. 2013년에는 창어 3호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2020년 말에 발사한 창어 5호는 1m 깊이의 구멍을 파 암석 표본 2㎏을 싣고 귀환했다. 2028년께 발사할 창어 8호는 남극 기지 건설을 위해 달 현지 토양 등을 3D 프린팅으로 가공하는 등의 실험에 나선다.

장하이롄 중국 유인우주공정판공실 부총사는 지난해 7월12일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제9회 중국 상업우주정상포럼에서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실현해 과학탐사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 총설계자인 우웨이런 중국공정원 원사는 "미국이 중국의 우주 개발을 억압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달과 행성 탐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자신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