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러 해법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수도권에 기업이 많이 나오고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겨 인구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창업과 기업 운영을인구 문제로만 접근하는 건 단순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 법인을 지방에 설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지방(또는 로컬) 스타트업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로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지역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종수 콜즈다이나믹스 공동대표가 한국 로컬 스타트업을 보는 시각을 소개합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4년 정기 대의원총회 단체사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4년 정기 대의원총회 단체사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지역과 로컬은 다르다. 시각의 반전이 필요한 때
‘로컬’을 사전적으로 직역하자면 지역 혹은 지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한 지역에는 다양한 업종이 존재하고, 모든 지역이 이와 유사하다면 결국 모든 지역은 하나의 보편적인 정책 아래에 유사한 것들을 하며 차별화에 실패할 것이다. 지역 내 창업자들은 성장의 폭발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모든 다양한 업종에 가장 많은 인프라를 두는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자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뚜렷이 차별화된 생태계와 자원(인적·물적)이 보지 못한다면 결국 수도권 기업으로 시야는 돌릴 것이다. 이렇게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일대다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일방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로컬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서울의 성수동은 소셜벤처 생태계라는 차별적 ‘로컬’로 해석될 수 있다. 부산의 영도는 도시재생 스타트업이라는 ‘로컬’로 해석될 수 있고, 전북 지역은 식품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로컬’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각으로 본다면 로컬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동등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로컬’은 어느 곳에나 있는 일종의 콘텐츠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의 가장 선행되어야 할 ‘시각의 구축’인 셈이다.

물론 대한민국 각 지역에는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이 존재하고 이들의 사업 하나하나가 모두 생존을 위한 사투인 것을 간과하거나 편향된 분야에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는 관내 다양한 스타트업에 보편적 지원을 해야 하는 미션은 분명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지역을 ‘로컬’이라는 시각으로 해석하고 ‘착즙주스 제조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마이크로하게 설정해 보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판로에 대한 협업과 다양한 지역의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 성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관내에 '착즙주스 거리(Street)'라는 판로 집결지역('OO리단' 길과 같은)이 설사 없다고 하더라도 '착즙주스 제조 스타트업'은 전국 어느 지역에도 있을 수 있는 일종의 컨텐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각 지역의 ‘착즙주스 제조 스타트업’을 연결짓고 협업하며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함께 구축해 간다면 전방위적인 '개념 상의 로컬'이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각 지역을 연결하는 전국적 커뮤니티가 필요한 때
이런 매우 세부적인 분야의 각 지역 스타트업을 전국적으로 연결하고, 협업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전국적 스타트업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그 좋은 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 세상을 혁신하는 일'이라는 미션 아래 2016년에 1대 의장인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을 필두로 하여 수도권 내 혁신 스타트업과 생태계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2020년 김슬아 대표(컬리)와 안성우 대표(직방), 이승건 대표(비바리퍼블리카)의 3인 공동의장체제, 2022년의 박재욱 대표(쏘카) 의장체제를 지나 현재 한상우 대표(위즈돔) 의장 체제로 발전하면서 회원수 2300여 명의 전국적 커뮤니티가 되었다. 그동안 부산-경남-울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협의회 체제가 탄생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전 지역, 전 분야의 다양한 스타트업이 서로 연결되기 위한 준비를 갖추게 됐다.

화훼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플라시스템(김태진 대표)은 동남권 지역의 스타트업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통해 리멤버(명함관리서비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와의 고객 창출을 위한 이종 간 협업을 한 사례는 매우 고무적인 협업이자 전국적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장애인 재택근무 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브이드림(김민지 대표) 역시도 지역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성장 단계에 있는 회원사와 고객 관계로 발전한 의미 있는 사례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각 지역의 동일 분야 스타트업이 협업을 하는 것은 가능한가? 경쟁 관계이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각 지역 스타트업의 아이템이 서로 동일하다고 해서 구독모델(Subscription Model : 정기적으로 과금되는)을 취하고 있는 사업과 프리미엄모델(Freemium Model: 부분 무료사용을 기반으로 추가과금을 하는)을 지향하는 사업의 전략과 전개 방식이 다르면 성장의 전략과 최종 목적지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동종 업종 간 스타트업은 모두 생존의 단계를 지나야 성장과 경쟁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경쟁력을 위해 함께 생존해 시장을 만들고 함께 시장에 파괴적 영향력을 가지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것이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더 나아가 각 지역이 서로 연대해 스타트업의 연결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로컬이라는 콘텐츠의 중심에 스타트업이 있다 [긱스]
지역의 스타트업이 성장을 위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이런 각 지역의 이종·동종업계 스타트업 간의 연결과 협업 이전에 지역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갖추어야 할, 혹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어떤 업종이든 사내에 디지털 업무체계를 갖추어 놓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물리적인 위치를 뛰어넘는 사내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과 성장할수록 쌓이는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들을 내재화시켜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타 분야 스타트업과의 협업 시에 각 회사 프로그램의 기능 일부를 연동해 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처음부터 큰돈이 들어가는 구축형 업무체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디지털 생산성 프로그램을 연동해 그와 유사한 효과를 가성비 있게 구축할 수 있다.

SaaS 프로그램을 연동한 사내 디지털 업무 시스템의 사례
지역의 모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본사를 지역에 두고 수도권 내 지사를 두고 있다. 극초기 단계에서는 지역에 모든 직원이 있었지만 성장하는 단계로 진입할수록 수도권과 해외에 상주하는 직원의 수가 더욱 많아지면서 성장을 하고 있다. 대기업과 글로벌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력 직원을 채용하기에는 아직은 수도권에서 관련 채용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지역의 인재 발굴과 채용에 타격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 기업은 성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수도권 내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임직원을 통해 체득된 경험 자산들을 사내에 쌓을 수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지역의 경험이 적은 인재의 채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것이 지역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이다. 이런 성장이 가능한 데에는 디지털 업무 체계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전북 지역의 모 식품 스타트업은 익산에 제조 가공 공장 및 연구소를 두고 있다. 전주에는 관리 오피스를 두고 있으며 수도권 내 온라인 커머스 마케팅 조직이 상주하는 오피스를 두고 있다. 익산의 식품 대기업에서 퇴사한 제조 전문가가 필요했고 전주에서 매니지먼트 직원을 채용하기가 용이했으며 수도권 내 온라인 커머스 기업에 재직했던 마케팅 경력의 직원이 필요해 이러한 3개 거소의 구조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구조의 기업 경영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사내 소통의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초기부터 디지털 업무 체계를 통해 다양한 사내 소통과 부서 간 업무 협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 주효했다.

둘째, 지역의 스타트업이 제품과 기술에 대해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 잘 하지 않는 것이 바로 IR, ER에 대한 부분이다. PR(Public Rerationship)은 제품과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이다. 흔히 마케팅, 세일즈와 혼용해 쓰기도 한다. 이는 제품과 기술이 시장에 공개 가능한 수준이 되었을 때 모든 기업이 중요성을 알고 있고, 그렇게 한다. 그러나 IR(Investor Relationship : 투자자와의 소통), ER(Employee Relationship : 잠재적인 구성원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지역의 IR 행사에서 발표하는 것만이 투자자와 소통이 아니다. 오히려 의례적인 피날레 행사인 경우가 많다. 이보다는 투자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 피드백을 받고 개선과 방향 수정을 위한 다양한 힌트를 얻어 투자자와 시각의 온도 차를 줄여놓는 것이 투자 유치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완벽히 준비된 상황에서 투자자를 만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과 기술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고 투자자로부터의 투자 유치 전에 채용과 관련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우리 회사와 제품은 완성이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대중으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이보다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기타 전문 분야의 사람과 다양한 소통을 하면서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발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공감대를 얻는 것이 초기 채용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의 사안에 대해 지역 기업은 더더욱 네트워킹하고 만나러 찾아가야 한다. 아직은 수도권에 투자자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수도권 편중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순환적인 성장 공식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결국 지역에 그 효과와 혜택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로컬과 로컬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
필자의 회사는 12년 전 동남권 지역 1호 액셀러레이터로 시작해 지금은 부산과 서울, 전주에 각각 오피스를 두고 보육과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는 본사와 지사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았다. 투자보육 1~3팀은 각각 부산, 서울, 전주의 직원들로 구성돼 디지털 환경 안에서 사내 협업과 소통을 주로 한다. 부산에서 발굴한 키오스크 회사를 전주에서 발견한 식품회사와 연결해 둘 모두를 하이퍼로컬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키는 연결 전략을 자주 쓴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로컬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서로 간의 협업과 연결을 통해, 하이퍼로컬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사례와 숨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 보고자 한다.

로컬이라는 콘텐츠의 중심에 스타트업이 있다 [긱스]
강종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지역분과위원회 위원장(콜즈다이나믹스 공동대표/Founder)

학창 시절 4번의 창업과 두 번의 매각 경험을 가지고, 고향인 부산에서 콜즈다이나믹스를 창업했다. 서울에 어반크리에이터스유닛이라는 로컬스타트업을 위한 주거업무복합시설을 건립해 다양한 로컬 스타트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로컬식당이라는 매장을 만들어 자영업 시장의 DX 스타트업과 식품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