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아마존·애플 등도 대규모 투자…中대체 생산기지·시장으로 떠올라
동남아, '빅테크격전지' 부상…구글도 싱가포르 50억불 투자완료
세계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가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의 새로운 메카이자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네 번째 싱가포르 데이터센터를 완공, 싱가포르에 투자한 금액이 50억달러(약 6조8천700억원)로 늘었다고 전날 밝혔다.

구글의 대(對)싱가포르 투자액은 세 번째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2022년까지 8억5천만달러(1조1천70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2년 만에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구글은 현재 500명 이상이 싱가포르 데이터센터에서 근무 중이며, 데이터센터를 통해 구글 지도 등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싱가포르에 첫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구글은 현재 11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빅테크들은 최근 동남아 지역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에서도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설 건설 등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7천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등 분야에서 구글과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클라우드·AI 인프라에 향후 4년간 각각 22억달러(3조200억원), 17억달러(2조3천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마존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도 4년간 싱가포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확장에 88억7천만달러(12조1천900억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애플 팀 쿡, MS 사티아 나델라, 엔비디아 젠슨 황 등 세계적인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동남아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빅테크 '러시'는 동남아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 기지이자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미국과 중국 갈등 속에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과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

동남아 인구는 약 6억7천500만명에 달한다.

AI 등 신기술에 열린 젊은 층 비중이 크고 구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애플이 오는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첫 애플스토어를 여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동남아 각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관련 인력 양성이 활발한 것도 장점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에 대해서도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 기업에 적대적으로 변하고 인도가 정치적으로 다루기 어려워지면서 동남아의 시간이 왔다"며 "실리콘밸리는 동남아의 기업친화적 정권, 빠르게 성장하는 인재풀, 소득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