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품질 인증(형식 지정) 부정행위에 따라 일부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최소 2만~3만 대가량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날 도요타의 인증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 도요타가 차량 안전성 관련 허위 데이터를 제출한 것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전날 도요타,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 등 5개 회사는 합계 38개 차종의 인증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차량은 과거에 생산한 것과 현재 생산 중인 것을 합쳐 500만 대가 넘는다. 도요타 170만 대, 마쓰다 15만 대, 야마하발동기 7500대, 혼다 325만 대, 스즈키 2만6000대 등이다. 국토교통성은 도요타에 이어 나머지 업체도 현장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요타는 전날 코롤라 등 현재 생산 중인 3개 차종, 크라운 등 과거에 생산한 4개 차종에서 인증 부정행위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생산 중인 3개 차종은 즉시 출고를 중단했다. 도요타를 포함해 마쓰다 2개 차종, 야마하발동기 1개 차종 등 총 6개 차종의 출고가 정지됐다.

업계에선 출고 정지에 따른 도요타 등의 감산 규모가 2개월간 2만~3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 결과 악질적인 행위였다고 판단되면 형식 지정을 취소하는 무거운 행정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해당 차량 생산은 완전히 중단하고 새로 인증을 받은 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일본 자동차 생산은 전체 제조업의 20%를 차지한다. 주요 완성차 업체 8곳의 부품사는 5만9193개에 달한다. 부품 업체까지 포함한 종사자는 550만 명이 넘는다. 생산 중단이 길어지면 일본 경제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도요타 계열 다이하쓰공업의 인증 부정에 따른 차량 생산 중단은 1~3월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4~6월엔 회복세가 예상됐지만, 이번 사태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도요타의 무리한 경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경쟁 업체들과 달리 도요타는 ‘멀티 패스웨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가솔린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에 모두 힘을 싣는 전방위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차량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증 항목이 크게 증가한 것이 현장 부담을 늘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