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장률 미궁에 빠진 한은과 F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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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국제부장
미국과 한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국은 예상치를 밑돌아서, 한국은 웃돌아서다.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벗어나는 경우는 부지기수지만, 이번엔 양국 모두 궤도를 한참 이탈했다. 또 하나 시장을 놀라게 한 포인트가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 모두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지난달 나온 수정치는 오히려 1.3%로 하향 조정됐다. 미 상무부는 “주로 소비 지출과 수출, 정부 지출이 둔화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Fed의 ‘소비 활황’ 분석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분기 1.3% ‘깜짝 성장’했다. 한은 전망치(0.5%)의 세 배 수준이고, 연율 기준으로는 5%를 넘는 수치였다. 한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깜짝 성장 이유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같은 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망에 크게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미국 성장률 수정을 거론하며 “(경제) 전망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대거 집행한 재정지출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분기 민간 주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했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산업생산은 49개월 만에 최대 낙폭(-2.1%)을 기록했다. 한은도 정부 보조금의 소비 활성화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 19만 가구가 공급실적 통계에서 누락된 것이 성장률 통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경제 예측 모델이 노후화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몫이다. 지금처럼 물음표가 쌓이도록 놔둔다면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은은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던 이 총재가 Fed의 난맥상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
당황한 한·미 중앙은행
지난 4월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1.6%였다. 전문가 예상치(2.4%)를 크게 밑돌았고, 작년 4분기(3.4%)에 비해 반토막 난 수치다. Fed 내에선 이후 수정치(잠정치)에서 수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오면서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소비가 여전히 활황(healthy)이라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같은 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표가 더 높게 수정될 것”이라고 거들었다.정작 지난달 나온 수정치는 오히려 1.3%로 하향 조정됐다. 미 상무부는 “주로 소비 지출과 수출, 정부 지출이 둔화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Fed의 ‘소비 활황’ 분석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분기 1.3% ‘깜짝 성장’했다. 한은 전망치(0.5%)의 세 배 수준이고, 연율 기준으로는 5%를 넘는 수치였다. 한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깜짝 성장 이유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같은 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망에 크게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미국 성장률 수정을 거론하며 “(경제) 전망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답했다.
물음표 쌓이는 시장
각국 중앙은행이 설명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시장에서는 추측이 난무하며 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1분기 성장률 수치가 공개되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논란이 벌어졌다. 옐런 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직접 나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대거 집행한 재정지출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분기 민간 주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했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산업생산은 49개월 만에 최대 낙폭(-2.1%)을 기록했다. 한은도 정부 보조금의 소비 활성화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 19만 가구가 공급실적 통계에서 누락된 것이 성장률 통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경제 예측 모델이 노후화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몫이다. 지금처럼 물음표가 쌓이도록 놔둔다면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은은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던 이 총재가 Fed의 난맥상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