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 배터리 제조사인 얼티엄셀즈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제2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 배터리 제조사인 얼티엄셀즈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제2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가 미국 중남부 테네시주에 구축하고 있는 복합 생산벨트가 북미 핵심 생산기지로 부각되고 있다. 가전과 배터리, 소재 등 그룹 주력 계열사의 공장이 모여 형성한 ‘삼각 벨트’는 높은 수율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LG는 테네시 생산벨트를 미·중 갈등과 지정학 리스크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미국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가상 체험으로 최대 수율 달성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LG전자 제공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LG전자 제공
지난달 30일 찾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현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 테네시주 주도인 내슈빌에서 남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스프링힐에 자리잡은 곳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손잡고 올 3월 완공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축구장 35배 크기인 24만7000㎡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기는 시뮬레이터다. 모든 생산라인의 업무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총 16대가 운영 중이다. 배터리 관련 작업이 생소한 직원들이 손쉽게 본인의 업무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美전기차 심장부'서 한달 만에 수율 90% 이룬 LG엔솔
LG에너지솔루션 소속으로 시뮬레이터 개발을 총괄한 김영득 얼티엄셀즈 테네시 법인장은 “처음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직원들에게 배터리 업무는 복잡하고 어렵다”며 “이런 장벽을 낮춰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시뮬레이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의 수율(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 비율)은 가동 한 달 만에 90%를 넘었다. 김 법인장은 “30년 이상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역대 최단 기간에 90%가 넘는 수율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8년 완공한 폴란드 공장에선 90% 수율을 맞추는 데 1년 이상 걸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율을 바탕으로 배터리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얼티엄셀즈의 2공장을 통해 목표한 총 5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50GWh는 1회 충전으로 500㎞가량 주행하는 전기차 60만 대에 장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은 캐딜락의 고급 전기차 리릭과 쉐보레 에퀴녹스 등 GM의 3세대 신규 전기차에 들어간다.

‘배터리 벨트’로 시너지 확보

LG화학이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양극재 공장.  정인설 특파원
LG화학이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양극재 공장. 정인설 특파원
얼티엄셀즈 공장에서 북쪽으로 140㎞ 떨어진 클라크스빌엔 LG화학 양극재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해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LG화학은 이미 GM과 25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도요타에도 2조9000억원어치의 양극재를 납품하기로 했다. LG화학은 2026년 공장이 완공되는 클라크스빌 공장을 통해 북미지역 거래처를 늘릴 계획이다.

클라크스빌에서 생산하는 양극재는 연간 6만t 규모로 정했다. 순수 전기차 60만 대의 배터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동맹국 중심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짜고 있는 미국 정부 방침에 맞춰 테네시에 얼티엄셀즈와 LG화학의 대규모 ‘배터리 벨트’가 구축되는 것이다.

LG 배터리 벨트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LG 하이웨이’란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얼티엄셀즈가 있는 스프링힐과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자리잡은 클라크스빌을 잇는 고속도로다. 테네시 주정부가 2018년 LG 세탁기 공장 완공을 기념해 붙여준 이름이다.

LG가 테네시를 생산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것은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테네시주는 대형 공장이 몰려 있는 조지아, 앨라배마 등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물류비용이 덜 든다. LG 관계자는 “테네시주는 팬데믹 이후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구가 빠르게 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생산 인력을 확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내슈빌=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