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로 값싼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서 원산지를 속이거나 표시하지 않은 김치 적발 건수가 1년 새 20% 넘게 급증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김치의 원산지 판별 품목을 확대하고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플레에 국내산 둔갑한 '中 김치' 급증…정부 단속 강화
4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은 배추김치를 적발한 건수는 760건으로 전년(624건)보다 21.8% 증가했다. 원산지 거짓 표시는 549건으로 25.3% 늘고 원산지 미표시는 211건으로 13.4% 증가했다. 전체 적발 건수는 △2020년 784건 △2021년 727건 △2022년 624건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반등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가 증가한 것은 저렴한 외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28만6545t으로 전년(26만3434t)보다 8.8% 증가했다. 2019년(30만6049t)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수입 김치의 99.9%는 중국산이다. 중국산 김치는 2021년 남성이 알몸으로 물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담긴 현지 영상이 퍼지면서 수입량이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늘고 있다. 배추와 고춧가루 등 김치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산 김치 10㎏ 가격은 1만원대로, 국내산 김치의 30~50%다.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를 관리하는 농관원은 김치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판매하는 맛김치도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포기김치에 대해서만 원산지 표시를 단속하고 있다. 원산지 판별 기술도 개선하고 있다. 김치의 무기질, 유기질 등 성분을 측정하는 분광분석 장비를 이용하면 5분 만에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판별할 수 있다고 농관원은 설명했다.

농관원은 수입이 늘고 있는 다른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자체 개발한 ‘원산지 검정 키트’를 이용해 원산지를 판별한다. 국내산 돼지는 돼지열병 항체가 있지만, 수입 돼지고기에는 항체가 없다는 점을 활용한다. 기존에 4일 걸리던 검사 기간이 5분으로 단축됐는데, 정확도도 95%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박성우 농관원장은 “현재 곡물의 이미지 정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원산지 판별 기술을 개발 중인데, 정밀한 분석 기법을 수사에 활용하고 있어 원산지 과학수사대(CSI)로 불릴 정도”라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