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고 화나고 애잔하다… '재벌 3세' 전도연의 '벚꽃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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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몰락한 재벌 3세 전도연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
사이먼 스톤이 연출한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
희극이면서 비극인 이야기 매력적
전도연·박해수 포함 10명 출연진 생생한 연기 인상적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 과감하고 신선해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7월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몰락한 재벌 3세 전도연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
사이먼 스톤이 연출한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
희극이면서 비극인 이야기 매력적
전도연·박해수 포함 10명 출연진 생생한 연기 인상적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 과감하고 신선해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7월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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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인물] 현대 희곡의 아버지, 안톤 체호프
연극은 송씨 가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재벌 3세인 송재영·송도영 남매는 선대가 쌓아둔 막대한 부를 날려먹고 쪽박을 찰 위기에 처했다. 회사가 파산 직전에 내몰렸지만 넋이 나가 있다. 오빠 송재영은 무능력하고, 전도연이 분한 여동생 송도영은 현실를 기피한다.
송도영은 열 여섯살에 집을 선물 받은 ‘다이아몬드 수저’로 어떤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든 풀리겠지.” 그는 자신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잊기 위해 술과 마약과 남자에 취해 인생을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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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수 "'벚꽃동산' 공연 첫날 클라이막스 대사 통째 까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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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에게 독백을 하고 있는데 오빠 송재영이 끼어들자 “오빠 잠깐만, 나 말하는 중이잖아”라며 푼수처럼 말을 잘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자기 딸과 잠자리를 가진 젊은이에게 “벌써 끝났어요”라고 묻는 등 과감한 대사들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연극 전체에 신선함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는 우숩고 화가 끓게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체호프의 원작 속 라네프스카야 부인이었다.
박해수는 성공을 이루고도 열등감을 떨치지 못하고 공허함에 시달리는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인정 욕구을 채우지 못해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거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사이먼 스톤 연출이 “박해수의 연기에 나약함과 강인함을 모두 지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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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150분간 희노애락의 감정을 두루 자극하고 공연장이 찢어질 듯한 전자기타의 불협화음으로 막을 내린다. 갑자기 뚝 하고 음악 소리와 조명이 꺼지면서 끝나는 공연. 억지로 암시나 여운을 남기지 않는 결말이다. “모든 관객이 똑같은 생각을 하길 원치 않는다”는 사이먼 스톤 연출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 공연은 7월 7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