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헤지펀드 전설 드러켄밀러 중소형주 ETF투자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역발상 투자 미국 중·소형주
산업재 비중 높아 인프라 투자 확인 필요

30년 연평균 30% 수익률의 헤지펀드 전설로 알려진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화제다. 드러켄밀러의 듀케인패밀리오피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에서 한때 16% 비중을 차지했던 엔비디아를 3.62%로 줄였다. 주식과 콜옵션을 포함해 7억1600만달러(약 9660억원)를 매도했다.

시장의 관심은 새로 편입한 자산인데 미국의 중·소형주 지수인 Russell2000을 기초지수로 하는 IWM(iShares Russell 2000 ETF)을 6억6400만달(약 8960억원)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나스닥100 160.30%, S&P500 88.76% 상승하는 동안 Russell2000의 상승률은 34.83%로 2021년 팬데믹 유동성 랠리 고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드러켄밀러의 IWM 매수는 역발상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지수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Nasdaq100은 IT 비중이 58.9%인데 Russell2000은 산업재, 금융, 헬스케어 등 내수를 기반으로 한 산업의 비중이 높다. 19.3%로 가장 높은 비중의 산업재는 기계, 건설 등 인프라 구축 관련 기업들이 많다. 드러켄밀러가 IWM을 매수한 데는 11월 미국 대선 전후의 낙후된 미국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와 AI(인공지능) 투자가 반도체에서 전력 등 인프라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이 고려되었을 수도 있다.
미국 대표지수 업종 구성
미국 대표지수 업종 구성
IWM은 2000종목에 분산투자 되기 때문에 상위 종목이라고 해도 비중이 높지는 않다.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서버와 저장장치 공급업자로서 최근 AI 확산의 수혜주로 급등했던 Super Micro Computer가 1.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비트코인 투자기업으로 알려진 MicroStrategy가 0.97%로 두 번째다. 세 번째 종목은 0.47%의 Comfort System으로 Russell2000지수의 대표 업종인 산업재에 해당하며 기계 및 전기 장치 공급업자이다. 종목별 비중이 작기 때문에 특정 종목보다는 중·소형주라는 특성과 업종 분산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익 관점에서 중·소형주는 아직 부진하다.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3년 기준으로 S&P500은 17.9%, 나스닥100은 21.02%인데 Russell2000은 2.68%에 불과하다. S&P500과 나스닥100에 동시에 포함된 빅테크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분모인 자본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이익 성장도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한 것이 사실이다. 중소형지수가 이익 성장에 기반한 장기 추세 상승 여부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대표 ETF는 ‘S&P MidCap400’을 기초지수로 하는 IJH(iShares Core S&P Mid-Cap ETF)와 드러켄밀러가 매수한 IWM(iShares Russell 2000 ETF)가 있다. 각각 설정액은 IJH 83 십억달러, IWM 59 십억달러 규모다.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을 보면 IJH는 98%가 중형주 이상이지만, IWM은 55%의 중형주와 35%의 소형주로 이루어져 있어 중·소형주의 특성은 IWM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중소형주 대표 ETF
미국 중소형주 대표 ETF
국내에 상장된 미국 중·소형주 ETF는 ‘KODEX 미국러셀2000(H)’이 유일하다. ‘TIGER미국캐시카우100’의 경우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00개의 기업 중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이 높은 100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S&P500 등의 대표지수보다 상대적으로는 중형주 성격이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국내 2차전지 관련 주식들이 시장을 주도했고, 현재까지는 AI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다시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주도주 변화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루(Guru)라고 불리는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도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