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요양시설…'리츠 고수'가 자산 불리는 두 가지 방법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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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 1팀장.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이건희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 1팀장.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미국 데이터센터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붐’입니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로 임대료 수익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건희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1팀장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장이 글로벌 리츠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해외 리츠는 데이터센터나 시니어하우징(요양시설) 등 담는 자산의 ‘콘셉트’가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동향을 잘 좇으면, 연간 최대 9% 수익률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국내 최대 리츠 재간접 펀드를 운용하는 공모 상장리츠 투자 전문가다. 펀드들 합산 운용자산(AUM)은 9000억원에 이른다.

주가 뛰는 美 에퀴닉스·웰타워 리츠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운용·매각 수익을 배분한다. 틀은 부동산 펀드와 유사하지만, 리츠는 기본적으로 ‘회사’다. 투자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리츠는 장점이 다양하다. 이 팀장은 “공모 상장리츠는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 방법이 다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도 쉽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고 손쉽게 부동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투자 적기가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그의 펀드에는 해외 리츠와 국내 리츠가 엇비슷하게 담긴다. 해외 리츠 중에선 데이터센터 리츠에 강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 팀장은 “2019년 ‘클라우드’ 키워드와 함께 지금처럼 데이터센터 리츠 주가가 오른 때도 있었다”며 “실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해 결국 투자자가 떠났지만, 생성형 AI는 당시와 달리 장기적인 실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장’ 데이터센터 리츠 에퀴닉스(EQIX)는 최근 한 달 주가가 10.23% 올랐다. 주가가 아직 오르지 않은 경쟁 리츠 디지털리얼티(DLR)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요양시설을 담는 해외 리츠에도 투자가 몰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 웰타워(WELL) 리츠는 올들어 주가가 15.79% 상승했다.

공모 상장리츠 역사가 짧은 국내에선 아직 특정 자산에 강한 리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팀장은 “국내 리츠 접근법은 현재로선 규모가 큰 곳들을 위주로 선별하는 것이 알맞다”고 했다. 한 두 가지 우량 자산을 담는 소규모 리츠에 집중하기보단, 다양한 부동산을 담아 리스크를 회피하는 리츠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FTSE EPRA Nareit’ 지수 편입 여부를 따져보면 리츠 크기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23개 상장리츠 중에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신한알파리츠 SK리츠 등 5개가 지수에 편입돼 있다. 시가총액은 SK리츠(1조2642억원)가 가장 크다. 주가는 최근 한 달 11.84% 올랐다.

리츠 투자 지표, 'P/NAV·FFO' 주목

이건희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 1팀장.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이건희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 1팀장.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이 팀장은 리츠를 고를 때 따져볼 지표로 ‘P/NAV’와 ‘FFO(Fund From Operation)’를 추천했다. P/NAV는 일반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처럼, 리츠가 담은 부동산 순자산가치를 시가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FFO는 리츠의 당기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와 자산매각손익을 더한 값이다. 각각 리츠의 자산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리츠의 현금창출력은 우수한 지를 따질 수 있다. 그는 “특히 해외 리츠의 경우 관련 공시가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어 유용한 지표”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일부 리츠를 제외하면 정보가 적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관련 지표를 제대로 공시하는 국내 상장리츠가 절반도 안 된다”며 “보다 주주친화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리츠에 투자할 땐 배당수익률만 따지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리츠는 국내 투자자에게 연 5% 상당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안전 배당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는 특징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아직까지 국내 리츠는 단일 자산에 기대 수익을 내는 곳도 많다”며 “5%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제시하고도, 실제 자산이 도심지 외곽에 공실률이 높은 부동산을 담고 있다면 그만큼 리스크가 큰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츠의 단기 주가에도 목매지 말라고 했다. 원금 손실 여부를 가를 수 있어 간과할 요소는 아니지만, 장기 추세를 봐야 한다고 했다. 상업용 부동산을 기준으로 자산의 기본 임대 계약이 3~5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리츠도 서울 상업용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투자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며 “국내와 해외 리츠 투자 비중을 적절히 섞으면 안전하면서도 연간 7~9% 수익률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