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 윈터 / 사진=카리나, 윈터 SNS 갈무리
에스파 카리나, 윈터 / 사진=카리나, 윈터 SNS 갈무리
"라인업 제일 좋은 공연은 대학 축제죠. 웬만한 아이돌이 다 가잖아요."

최근 가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대를 꼽으라면 대학 축제가 빠지지 않는다. 화려한 출연진에 암표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학 간 '라인업 경쟁' 구도까지 생겨났다. '맞춤형 무대'가 아님에도 한곳에 모이기 어려운 아이돌들이 줄지어 대학교를 찾는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거세진 '대학 축제' 열풍은 올해 화력을 더 키웠다. (여자)아이들, 에스파, 아이브, 엔믹스, 뉴진스, 키스오브라이프와 같은 걸그룹은 물론 데이식스, QWER 등 밴드와 잔나비, 싸이까지 무대에 올랐다. 특히 하이라이트, 에이핑크 등 2세대 그룹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떼창을 이끌어냈다.
(시계방향) 그룹 아이브, 뉴진스, QWER /사진=각 소속사 및 SNS 캡처
(시계방향) 그룹 아이브, 뉴진스, QWER /사진=각 소속사 및 SNS 캡처
업계에 따르면 대학 축제 출연료는 평균 2000만~5000만원 선으로, 일반 행사가보다 낮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출연료가 30~40% 내린 수준이다. 인기 있는 그룹은 이동 차량도 많고, 헤어·메이크업에 대학별로 준비하는 의상까지 포함하면 비용 측면에서 크게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대학 축제는 기획사와 가수 모두에게 '최선호 무대'로 거론된다. 눈에 보이는 숫자 외에 막대한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SNS 바이럴을 하려면 최소 1억은 들여야 그 효과가 보일까 말까 한 수준"이라면서 "20대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학 축제는 그야말로 '자체 바이럴의 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컴백 시기와 겹치면 신곡 무대까지 추가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현장감 있는 숏폼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공유되면서 소위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홍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콘셉트대로 짜인 영상이 아니라서 반응이 더 좋고, 또 핸드마이크를 쥐고 노래하니까 평소 라이브 실력을 인증하고 싶었던 그룹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역시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학 축제에 대해 "팬 서비스도 하고, 멤버들 실력도 늘고, 신곡 홍보도 하고 일타쌍피"라고 언급했다.

관객들의 젊은 에너지, 높은 호응도 덕에 아티스트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실제로 팬덤이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임에도 '떼창'이 터져 나오는 경우는 대학 축제가 거의 유일하다. 국내외로 큰 무대에 서야 하는 아이돌에겐 야외 공연, 페스티벌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자신감 있게 퍼포먼스 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축제 섭외비에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며 지적하기도 한다. '등록금 낭비'라는 비판도 있어 업계 또한 이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뉴진스는 최근 7개 대학(고려대, 조선대, 동의대, 부산대, 동국대, 세종대, 중앙대) 축제 수익금을 한국장학재단에 전액 기부했다. 잔나비, 십센치 등이 지속적으로 모교에 출연료를 기부해온 사례도 화제가 됐던 바다.

싸이는 15년째 섭외비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그는 "지금 대학교 1학년이 2005년생이다. 2005년생이 잠시 뭐에 씌어서 나한테 '형', '오빠'라고 한다. 그런 삶이 어딨나. 기를 받으러 갔다가 힐링하고 온다"며 대학 축제 공연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대부분 유명한 가수들이 대학 축제에 초대를 받는다. 큰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가는 팀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섭외 비용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는 터라 기부 사례 또한 하나의 홍보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