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한 일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에 나섰다. 재정 지원을 명시화해 2027년부터 최첨단 2나노 반도체 양산에 나설 라피더스의 자금 유치를 돕는 게 목적이다. 도요타, 키오시아, 소니 등 8개 대기업이 출자해 2022년 출범한 라피더스는 보조금 9200억엔(약 8조1000억원)을 정부로부터 확보했지만, 반도체 양산에 총 5조엔(약 44조원)이 필요하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국인 일본과 파운드리 최강인 대만의 ‘반도체 동맹’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월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 제1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연내 제2 공장도 착공한다. 공장 두 곳 유치에 1조2000억엔의 보조금을 TSMC에 준 일본 정부가 제3 공장 유치에도 적극적인 걸 보면 반도체 육성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반도체산업의 패권 다툼이 미래 생존을 좌우할 ‘21세기 전쟁’이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정부와 국회도 익히 잘 알 것이다. 최근 정부가 총 26조원의 ‘반도체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긴 했지만, 민관 원팀인 해외 경쟁사와 싸워야 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여전히 아쉽다.

반도체산업 지원부터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있다. ‘K칩스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 처분됐다. 총 622조원이 투입될 경기 평택·용인의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도 송전을 못해 적기 가동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 도로, 용수 등 인프라를 빠르게 갖추겠다고 정부가 약속했지만 ‘한국형 님비’ 등 어떤 변수가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진정성 있게 총력전에 나서줄지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기업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 으름장을 놓고 노노 갈등까지 불거졌다. 세계 반도체 전쟁에 정부, 국회, 지자체 모두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