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주인에게서 매도 문의가 많아요. 집이 팔리면 인근 새 단지나 더 넓은 주택형으로 옮기고 싶어 하더라고요.”(경기 구리 교문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경기 지역의 아파트 매물이 최근 15만 건 이상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수원, 구리 등 수도권 내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매도를 원하는 집주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 지역의 아파트 월 거래량은 지난 3월 31개월 만에 1만 건을 넘어선 이후 1만 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매물 쌓여도 집값 오르네

"집값 오를 때 팔까"…경기, 거래 회복 '훈풍'
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 지역 아파트 매물이 이날 기준 15만5337건으로 1년 전(11만6444건)에 비해 33.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전보다 6.5% 증가하는 등 갈수록 매물이 쌓이는 추세다.

경기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매물이 3개월 전보다 늘었다. 특히 성남 중원구는 3월 초 1169건에서 최근 1380건으로 3개월 새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원 팔달구는 16.1%(1724건→2002건), 동두천은 15.5%(770건→890건)로 늘었다. 구리 14.2%(1639건→1873건), 양주 13.1%(3057건→3459건), 안양 만안구 12.3%(2306건→2591건) 등도 매물 증가세가 강했다.

일반적으로 매물이 늘어나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대체로 집값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27일 기준) 팔달구 집값은 한 주 전(0.05%) 상승 전환한 이후 2주 연속 상승(0.07%)했다. 구리는 0.05% 오르며 6주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만안구와 중원구는 보합 전환했다. 옥정신도시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양주(-0.05%)만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발 호재로 올초 대비 6000만원 쑥

수도권 내에서도 교통 호재와 재개발 재료 지역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자 집주인이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남 구도심인 중원구는 정비사업 활성화와 교통망 호재로 실거래가가 올해 초에 비해 수천만원씩 뛰었다. 수원과 안양, 양주 등은 모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지나가는 곳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원구 중앙동 ‘힐스테이트 2차’ 전용면적 84㎡는 이달 8억2500만원에 팔렸다. 2개월 전(7억8500만원)보다 4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중원구 금광동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 3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최고가 8억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하반기 별내선(8호선 연장) 개통을 앞둔 구리도 작년 말 대비 집값이 올랐다. 구리 교문동 ‘하나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말 실거래가 7억4000만원보다 5000만원 이상 오른 7억9300만원에 이달 손바뀜했다. 인창동 ‘동문굿모닝힐’ 전용 84㎡도 이달 7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6000만원 올랐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작년 12월 5646건에 불과하던 경기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1만 건을 넘어섰다. 2021년 8월(1만3475건) 후 2년7개월 만이다. 4월에도 9788건으로 1만 건에 가까운 거래량을 나타냈고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은 지난달 거래량(7084건)도 1만 건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거래량 증가 속에 경기 지역의 매물 적체 현상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고금리 지속과 내수 경기 침체 등은 변수로 꼽힌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부동산 시장도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과 매물이 동시에 늘면서 집값 반등에 성공했다”며 “경기도도 거래 활성화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