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가 정부에 요구해온 성과조건부 주식(RSU) 과세 특례 도입이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세제당국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려면 먼저 법령상 근거 조항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관련 정부 기관들은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월부터 기획재정부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RSU에 과세 특례를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최근 관련 제도가 정비되기 전에는 세제 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RSU는 기업이 정한 목표 실적을 달성하거나 장기근속 등 여러 형태의 성과를 낸 임직원에게 자사주(구주)를 주는 제도다. 국내에선 2020년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네이버와 쿠팡, 두산 등이 RSU를 도입했다.

벤처기업들은 “단기 성과를 우선시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스톡옵션과 동일한 수준의 세제 혜택을 제공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다. 스톡옵션으로 얻은 이익은 최대 2억원까지 비과세되고,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분할해 납부할 수 있다.

기재부는 이런 요청에 대해 RSU에 관한 세부 근거 조항을 먼저 법제화해야 한다고 중기부에 통보했다. 현재 스톡옵션은 상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서 부여 방식과 대상, 한도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RSU는 이런 근거 법령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RSU는 회사와 근로자 간 사적 계약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며 “명확한 법령상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과세 혜택을 준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은 RSU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RSU가 경영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 여론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RSU를 제도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