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 기립박수…스메타나 오페라 '리부셰' 선율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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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 리뷰
스메타나 오페라 ‘리부셰’…야쿠프 흐루샤 지휘
크네치코바, 플라체트카 등 유명 성악가 총출동
체코 건국신화 서사시…섬세한 선율 표현 눈길
설득력 있는 해석, 높은 음악적 완성도 돋보여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 리뷰
스메타나 오페라 ‘리부셰’…야쿠프 흐루샤 지휘
크네치코바, 플라체트카 등 유명 성악가 총출동
체코 건국신화 서사시…섬세한 선율 표현 눈길
설득력 있는 해석, 높은 음악적 완성도 돋보여

지난달 28일 저녁 체코 프라하 루돌피눔 드보르자크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을 이끄는 야쿠프 흐루샤의 지휘봉이 움직임을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환호한 50대 신사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분명 그만 느낀 감정이 아니었다.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로 멋을 낸 청년들부터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들까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1200여 명의 청중은 일제히 뜨거운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립박수는 무려 15분간 쉼 없이 쏟아졌다. 객석 곳곳에선 “브라보” “원더풀” 등 감탄사가 연신 들려왔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열린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 ‘영광스러운 리부셰(콘서트 오페라)’ 얘기다.
이날 무대에선 체코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전설 속 공주 리부셰와 그의 남편 프르제미슬의 만남, 프라하의 탄생 서사 등을 담은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가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펼쳐졌다. 통상 콘서트 오페라라고 하면 주요 아리아만 선택해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선 화려한 무대 장치나 안무 등만 생략됐을 뿐 ‘리부셰’ 전막(1~3막)의 모든 악곡이 빠짐없이 연주됐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을 비롯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체코 음악가들이 총출동했다.

지휘자 흐루샤는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작품 특유의 신비로운 음향을 만들어냈다. 그는 엄격한 지시와 통제로 악단의 소리를 얽매기보단 단원 한 명 한 명이 충분히 노래할 수 있도록 음악적 공간을 만드는 지휘를 선보였다. 그 영향으로 체코 필하모닉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두터운 보헤미안 톤이 제대로 살아났다.

소프라노 크네치코바는 리부셰로서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들려줬다. 맑으면서도 우아한 음색, 소리의 중심이 잘 잡힌 발성, 적당히 무게감 있는 울림, 선명하면서도 정확한 고음 처리 등 빈틈없는 기교를 선보이며 초반부터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객석을 향해 소리를 직선으로 뻗어 내면서도 모든 음의 끝을 둥글게 처리해내는 고급스러운 선율 표현은 전설 속 공주의 품위를 드러내는 데 손색이 없었다. 명료하게 울리는 단단한 소리는 피아노·피아니시모 부분에서조차 힘을 발휘했고, 호소력 강한 음색으로 작품 특유의 애국적 대사를 풀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마치 스메타나가 원하는 리부셰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했다.

이날 공연의 숨은 주역은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이었다. ‘리부셰’는 합창이 특히 어렵고 비중이 큰 작품인 만큼 이들의 역량에 따라 전체 음악적 완성도가 좌지우지될 정도로 중요한데, 이날 합창단은 완벽에 가까운 음향을 들려줬다. 정제된 음색과 제한된 음량으로 기꺼이 후경을 맡다가도 어느 순간 소리를 키우면서 머리 위로 음악적 파도가 쏟아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솔리스트의 소리가 청중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나간다면 합창단은 모든 선율을 감싸안는 듯한 밀도 있는 소리로 생동감을 부여했다. 내내 윤기 있는 음색으로 둥글게 퍼져나가는 합창단의 가창은 작품 특유의 경건한 분위기를 살렸고, 반복해서 극적인 악상에 도달하면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에너지는 넘치는 생명력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프라하=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