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한 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파인 와인’ 사업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와인 시장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도 고가 와인 매출만큼은 늘고 있어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한 병에 수천만원'…강남에 첫 '명품 와인숍' 들어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0일 강남점 1층 옛 면세구역에 파인 와인 전문숍을 열 예정이다. 파인 와인이란 고급 와인 중에서도 까다로운 전통 양조 방식으로 생산하는 와인을 일컫는다. 희소성이 높아 병당 가격이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한다. 국내에 파인 와인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생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의 파인 와인숍은 규모와 상품 면에서 기존 매장과는 다르다. 면적은 총 1300㎡로 백화점 내 와인 매장으로는 이례적으로 크다. 초대형 와인숍으로 분류되는 서울 잠실 롯데마트의 ‘보틀벙커’, 경기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와인리스트’ 등과 맞먹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넓은 공간을 초고가 파인 와인 위주로 채울 예정이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도멘 르로이’, 나폴레옹 황제와 조세핀 황후가 마셨던 ‘리베르 파테르’ 등을 들여오고,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최고 등급 와인 등 5000여 종을 선보인다. 이 밖에 미술품처럼 럭셔리 와인을 보관해주는 서비스, VIP 고객 대상 프라이빗 시음·페어링 행사, 전문 소믈리에의 와인 강의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내놓는다.

와인은 신세계그룹의 주류도매 계열사 신세계엘앤비가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들여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초고가 와인의 수입·판매는 명품 브랜드 유치만큼 어려운데, 신세계백화점이 국내 대표 명품 백화점이라는 점을 앞세워 협상에 성공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강남점이 한국의 부촌 지역에 있어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백화점이 파인 와인 시장에 뛰어든 건 럭셔리 제품 판매 수요는 불황에도 굳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와인 수입액은 2022년 5억8128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602만달러로 줄었지만, 고가 제품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1~5월 신세계백화점에서 팔린 와인 중 100만원 이상 초고가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0% 뛰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식품계의 명품’”이라며 “불황에도 명품이 잘 팔리는 것처럼 초고가 와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럭셔리 강화의 일환으로 파인 와인 사업을 키워 ‘국내 백화점 매출 1등’인 강남점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점포 중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2등은 롯데백화점 잠실점으로 2조7600억원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단일 점포 매출 3조원을 넘긴 백화점은 영국 런던의 해러즈 백화점, 일본 신주쿠의 이세탄 백화점 등 손에 꼽힌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