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철근 제조사인 동국제강이 인천 전기로 공장을 이달부터 밤에만 돌리고 있다. 낮에는 전기로를 끄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만 가동하는 ‘야간 1교대’ 상시 감산에 들어갔다.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에 더해 저가 중국산 공습으로 재고가 쌓이자 전기료가 가장 싼 심야에만 공장을 돌리는 ‘올빼미 철강사’가 된 것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월평균 철근 재고량은 66만t으로 전년 동기(47만t) 대비 40% 급증했다. 월평균 재고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중국산 공세에 타격받고 있는 철강 분야는 철근만이 아니다. 냉연강판 등 판재류의 핵심 철강재인 열연강판의 중국산 수입량은 올 1~4월 65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8만t)보다 63%나 늘었다. 선박 등에 주로 쓰이는 후판은 지난해 1~4월 147만t에서 올 같은 기간 421만t으로 3배 급증했다. 부산항 등 주요 항만에는 서해를 건너온 중국산 철강재가 쌓여 가고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규모와 경쟁력을 키워온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 부동산 침체로 내수가 부진하자 남아도는 재고를 헐값에 전 세계로 밀어내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중남미는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2000년 8만5000t에서 지난해에는 1000만t으로 무려 8700%나 폭증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평균 7.5%에서 25%로 세 배 이상 올리기로 했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 등에 대한 중국의 철강재 밀어내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는 한국 제조업의 기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경제 전쟁 시대에는 구조조정을 유도해 기업 규모를 키우는 산업정책이 다시금 강조된다. 기업도 가격으로 맞서기는 어려운 만큼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