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3곳 중 2곳(64.3%)이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창업 7년 미만 스타트업 300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한국의 스타트업 규제 수준을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할 때 ‘높다’는 응답이 37.7%로 ‘낮다’(5.3%)보다 7배나 많았다. 신산업에 한시적으로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해선 54.7%가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신청 후 승인까지 행정 처리 기간이 길고 규제 면제·유예 기간이 짧으며 이런저런 부대조건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론 진입규제(49.7%)와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규제(49.0%)가 가장 많이 꼽혔다. 전반적으로 규제 문제가 스타트업의 큰 장애요인임이 확인됐다.

한국에서 규제가 기업을 옥죄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력과 자원, 노하우가 풍부한 대기업조차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하물며 여러 여건이 열악한 신설 스타트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작은 규제에도 휘청이고 아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세계 10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사) 중 55개는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제대로 사업을 못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2022년 아산나눔재단). 외국에선 잘나가는 스타트업도 한국에선 사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거나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숙박, 승차공유, 원격의료, 드론, 로보택시 등 많은 분야가 그렇다.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이래선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세계 유니콘 기업이 449개에서 1209개로 2.7배 늘어나는 사이 한국은 10개에서 14개로 1.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올가미를 확 걷어내야 한다. 역대 정부 모두 출범 초기에는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해졌다. 자유와 시장을 역설해온 현 정부까지 그렇게 흘러가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