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야 의원들이 ‘지방소멸 방지’를 목표로 하는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개원 8일째를 맞은 6일을 기준으로 전체 발의 법안의 18.6%(34개)가 지역경제 활성화나 지방소멸 방지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과거 국회와 비교해 유독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2021년부터 내국인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며 지방소멸 문제가 본격 부각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비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적극적인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與도 野도 “지방소멸 위기 대응”

8일간 34건…'지방소멸 방지법' 쏟아낸 與野
지방에 대한 세제 지원을 상향하는 법안이 눈에 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2년 이상 공실이 발생한 비수도권 상가 및 건축물의 재산세를 50%까지 감면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에 법인세율을 내려주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세제 인센티브로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이끌어낸다는 생각이다. 윤 의원은 “정부의 감세 기조에 맞추면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 5대 도시에 조성되는 도심융합특구 입주 기업에 각종 세제 지원하는 법안을 내놨다. 법인세와 지방세를 감면하는 것은 물론 해당 지역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도 줄여준다는 것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눈에 띈다. 지역 은행이 없는 충청권 등에서 보다 쉽게 자체 은행을 설립하도록 하기 위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15% 이내에서 34%까지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충청 지역은 지역금융 낙후로 자본 역외 수출 규모가 전국 1위이며, 소상공인에 대한 유동성 공급도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지원 외쳐 논란도

각 지역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지방소멸을 늦추기 위한 법안들도 제출됐다. 폐광지역이 많은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을 지역구로 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폐광지역에 면세점 설치를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면세점을 지역의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부대가 대규모로 주둔했던 경기 동두천이 지역구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지역 인근 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내놨다.

다만 지방소멸을 명분으로 특정 지역에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법안도 눈에 띈다. “지역구 표심을 잡기 위해 정부 재정 부담만 높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윤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전북 내 인구감소지역에서 지역화폐 사용처 제한을 푸는 내용이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은 물론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지역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하겠다는 법안도 나왔다. 이현승 국민의힘 의원은 인구감소지역의 지역산업과 관련한 국책사업을 추진할 경우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지방소멸 방지를 명분으로 경제성 없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등의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방소멸 방지 법안’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