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변경(피벗)하기 시작했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3월 이후 8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신금리 기준으로는 연 -0.5%대로 내린 2019년 9월이 마지막 금리 인하였다. 2010년대 초 유로존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은 이때부터 6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美보다 먼저 방향 튼 유럽·캐나다…이제 '금리인하'가 뉴노멀
유럽이 다시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양적완화(QE) 정책으로 지나치게 유동성이 풀리기 시작하면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물가가 폭등했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 연 4.50%는 1999년 유로존 출범 이래 최고 수준이다.

ECB는 긴축정책을 통해 2022년 말 10%대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잡는 데 성공했다. 유로존 5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까지 떨어졌다. 3%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이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긴축 정책 전환의 여건이 마련됐다. 동시에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역성장했다.

○고금리로 침체 우려에 대응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ECB 구성원들도 수차례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필립 레인 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 “놀라운 상황을 제외한다면 현재로서는 최고 수준의 제한 조치(금리 정책)를 해제할 만큼 충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5.00%에서 연 4.75%로 0.25%포인트 낮춘 것도 ECB에 힘을 보탰다. 캐나다는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만에 금리를 낮추며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피벗 행렬에 동참했다. 캐나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중반 이후 비교적 꾸준하게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석 달 연속으로 3%를 밑돌았다. 시장에선 캐나다은행이 올해 세 차례 남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더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ECB는 캐나다와 달리 이번 금리 결정이 둔화하던 물가 상승세를 다시 부추기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양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몇 분기 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 압력은 강한 임금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CB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연 5.25~5.50%)과의 기준금리 차는 1.00~1.25%포인트로 확대됐다.

○영국은 연말께나 피벗 동참할 듯

서방 선진국들이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일본·영국 중앙은행들은 ‘각자도생’하는 모양새다.

영국은 당분간 피벗에 동참하지 않을 전망이다. 가디언지는 영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11월이나 12월께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4월 2.3%로 목표(2.0%) 가까이 내려갔지만, 예상보다 물가 상승 압박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음달 4일 총선도 금리 인하를 예견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6월 연 13.75%이던 기준금리를 이달 연 10.50%로 낮췄다. 1년간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인하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달,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일본은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물가 지표가 엇갈리게 나타나며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상은/김인엽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