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급증에 인플레까지…유럽의회 선거 '극우 바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일까지 27개국서 선거
우크라戰에 안보위협 커지고
물가 뛰면서 실질임금도 깎여
불안 파고드는 각국 극우단체
유럽 젊은층 우경화 가속
우크라戰에 안보위협 커지고
물가 뛰면서 실질임금도 깎여
불안 파고드는 각국 극우단체
유럽 젊은층 우경화 가속
향후 5년간 유럽연합(EU)의 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유럽의회 선거의 막이 6일 올랐다. 전문가들과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번 선거에서 ‘극우 돌풍’이 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법 난민 급증을 겪으며 분노한 EU 유권자들이 ‘집권 정당 심판’ 의지로 투표에 임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의회가 EU 입법, 예산안 심의·확정권 등의 권한을 가진 만큼 EU 정책의 우편향 기조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는 가운데 EU 내 극우파 득세가 미칠 영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의회는 국적이 아니라 정치·이념 성향으로 뭉친 정당 간 연합체인 ‘정치 그룹’이 교섭단체 역할을 한다. 개별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의원들이 정치 그룹에 가입해 활동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및 보수 성향 입후보자의 약진이 예고됐다. 지난 5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우파 성향의 EPP가 170석으로 제1 교섭단체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중도좌파 성향의 S&D(143석)가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단체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폴리티코는 여론조사를 통해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3위(예상 의석수 76석),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5위(예상 68석)에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선거의 전체 의석수가 기존 705석에서 720석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ECR의 의석 비중은 9.8%에서 10.6%로, ID의 비중은 7.0%에서 9.4%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반면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로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의 의석 비중은 10.2%에서 5.7%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측됐다. 급진좌파로 분류되는 유럽의회 좌파(GUE-NGL)의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 조사 결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 대비 낮은 임금 증가율로 지난해 실질임금이 전년 대비 0.7% 하락했다. 이탈리아(-2.6%), 독일(-0.9%), 프랑스(-0.6%) 등 유럽 3대 경제국가도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극우 정치인들은 이런 생활비 의제를 현 정부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유럽 극우의 새 얼굴’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는 “인플레이션은 수백만 명의 프랑스인이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는 벽”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 자유당(PVV)이 압승했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PVV 대표가 반이민 정책을 강조하며 저렴한 집값과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는 네덜란드 젊은 층의 공감을 얻었다.
젊은 유권자 사이의 극우 열풍은 EU의 우경화가 오래 지속될 신호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폴리티코는 “성인 초기에 형성된 정치적 성향은 평생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부분 노년층이지만, 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이 청년층 표심도 사로잡아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차기 EU 지도부 구성과도 직결된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치그룹의 후보가 EU 집행위원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국 강경책을 주장해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EPP 전당대회에서 선도후보로 확정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유럽의회가 EU 입법, 예산안 심의·확정권 등의 권한을 가진 만큼 EU 정책의 우편향 기조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는 가운데 EU 내 극우파 득세가 미칠 영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4억 명 참여하는 직접선거
인도 선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 선거인 유럽의회 선거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치러진다. 6일 네덜란드가 EU 국가 중 가장 먼저 유럽의회 선거에 들어갔다. 9일까지 나흘간 EU 27개 회원국에서 3억7300만 명의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해 5년 임기의 유럽의회 의원 720명을 선출한다. 출구조사와 개표 결과는 모든 회원국의 투표가 끝난 9일 오후부터 발표된다.유럽의회는 국적이 아니라 정치·이념 성향으로 뭉친 정당 간 연합체인 ‘정치 그룹’이 교섭단체 역할을 한다. 개별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의원들이 정치 그룹에 가입해 활동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및 보수 성향 입후보자의 약진이 예고됐다. 지난 5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우파 성향의 EPP가 170석으로 제1 교섭단체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중도좌파 성향의 S&D(143석)가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단체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폴리티코는 여론조사를 통해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3위(예상 의석수 76석),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5위(예상 68석)에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선거의 전체 의석수가 기존 705석에서 720석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ECR의 의석 비중은 9.8%에서 10.6%로, ID의 비중은 7.0%에서 9.4%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반면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로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의 의석 비중은 10.2%에서 5.7%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측됐다. 급진좌파로 분류되는 유럽의회 좌파(GUE-NGL)의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생활 불안 틈 파고든 극우 정당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생활이 전보다 불안정해져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에 따라 안보 위협이 커졌고 각국 정부는 밀려드는 난민에도 불구하고 이민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경제 활력은 떨어졌고 물가는 급등했다.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 조사 결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 대비 낮은 임금 증가율로 지난해 실질임금이 전년 대비 0.7% 하락했다. 이탈리아(-2.6%), 독일(-0.9%), 프랑스(-0.6%) 등 유럽 3대 경제국가도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극우 정치인들은 이런 생활비 의제를 현 정부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유럽 극우의 새 얼굴’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는 “인플레이션은 수백만 명의 프랑스인이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는 벽”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 자유당(PVV)이 압승했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PVV 대표가 반이민 정책을 강조하며 저렴한 집값과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는 네덜란드 젊은 층의 공감을 얻었다.
젊은 유권자 사이의 극우 열풍은 EU의 우경화가 오래 지속될 신호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폴리티코는 “성인 초기에 형성된 정치적 성향은 평생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부분 노년층이지만, 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이 청년층 표심도 사로잡아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차기 EU 지도부 구성과도 직결된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치그룹의 후보가 EU 집행위원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국 강경책을 주장해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EPP 전당대회에서 선도후보로 확정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