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지루하고 꽉 막힌 음악이라는 편견은 낡은 생각이다. 매년 여름 국립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여우락(樂)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에는 멋스러운 라인업이 가득해서다. 2010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총 관객수 7만 7000명, 객석 점유율이 90%를 기록 중인 이 축제는 국악의 저변을 넓혀가며 MZ세대 등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고 있다.
"국악이 지루하다고?"… MZ세대 사로잡는 여우락 페스티벌이 온다
'여우락'은 올해도 하절기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이 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를 갖는다.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여우락'은 다음달 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하늘극장, 문화광장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을 주제로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12명의 예술세계를 ‘원·선·점’ 3가지 테마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올해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는 "우리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많은 아티스트의 에너지를 한 데 모아보고자 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예술감독 박우재. 사진제공=국립극장
예술감독 박우재. 사진제공=국립극장
'원: 온전한 세계를 마주하다' 섹션에서는 여우락 페스티벌의 기틀을 다진 주역들의 새로워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섹션을 통해 박우재 감독의 무대이자 개막작인 '오:O(7월 4일)'도 소개된다. 그는 24인조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 오케스트라와 김남진, 김매자, 황태인 등 무용수와의 협연해 자작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랜 시간 남도 음악의 맥을 이어온 아쟁 연주자 이태백은 함께 작업한 예인들을 한데 모아 '오리진 사운드(7월 10일)'라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은 부친인 허규의 연극인 '다시라기'와 전통 민속극 '진도 다시래기'를 결합해 만든 '다시:나기(7월 5~6일)'를, 작곡자 겸 지휘자 원일이 정재진, 오마 스페이스와 함께 연출해 소리와 빛을 조화시킨 무대 '디오니소스 로봇:리부트(7월 19~20일)'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기 소리꾼 김준수. 사진제공=국립극장
인기 소리꾼 김준수. 사진제공=국립극장
'선: 확실한 세계를 목격하다'에서는 대중에 잘 알려진 젊은 국악인 4명을 집중 조명한다. 아이돌 가수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차세대 소리꾼 김준수는 폐막작에서 자신의 첫 단독 공연을 올린다. '창(昌): 꿈꾸다(7월 26~27일)'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는 "항상 대중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었다"며 "이 공연으로 우리 소리가 판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리꾼·싱어송라이터 송소희. 사진제공=국립극장
소리꾼·싱어송라이터 송소희. 사진제공=국립극장
싱어송라이터 송소희는 '공중무용:화간접무(7월 13~14일)'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 동명의 앨범 전곡을 처음 선보인다. 송 씨는 "만든 음악을 그려낼 스케치북같은 무대가 필요했고, 그것이 여우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탈꾼 박인선은 탈과 탈춤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박인선 쇼, 7월 24일)으로 보여준다. 이준은 가야금의 공명을 선사하는 '경계면(7월 9일)'을 준비했다.
 '양금굿'을 선보이고 있는 양금 연주자 윤은화. 사진제공=국립극장
'양금굿'을 선보이고 있는 양금 연주자 윤은화. 사진제공=국립극장
'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다'에서는 창작자들의 실험적인 무대가 관객을 만난다. 현악기인 양금을 타악기처럼 변신시킨 윤은화의 무대 '페이브'를 비롯해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타악기 연주자 방지원은 '잔향:나무의 노래(7월 12일)'로 제악과 무악, 전래놀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창작곡을 들려준다. 서도민요 보컬리스트 추다혜는 야외 무대에서 무가에 사이키델릭과 힙합, 솔, 펑크 등을 더한 '부귀덩덩(7월 20일)' 무대를 펼친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