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 때마다 들러요"…3억어치 쓸어담은 '큰손' 외국인
사업차 한국을 자주 찾는 대만인 웨이 리우(41)씨는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명품 브랜드 제품을 3억원어치나 구매했다. 리우씨는 “코엑스 근처 숙소에 주로 묵는데, 올 때마다 인근 백화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무역센터점은 한 번에 1000만원 이상 구매한 이력이 있는, 리우씨 같은 외국인 VIP 고객을 500명 이상 관리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빅3’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일제히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고,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137%와 60%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일부 핵심 점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두자릿수에 진입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2022년 4.2%이던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3년 12.1%로 늘더니 2024년(1~4월) 들어서는 13.1%까지 상승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제공
외국인 매출 급증은 관광 패턴이 단체관광에서 ‘핫플레이스’를 찾아가는 개별관광으로 바뀐 영향도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명품을 주로 구입하는 핵심 점포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10%를 넘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특별하게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마케팅해야 VIP 고객군으로 외국인들이 부상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큰손’ 외국인 고객이 늘자 백화점들은 전용 멤버십을 출시하는 등 ‘외국인 단골’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면세점 중심으로 이뤄졌던 외국인 고객관리를 백화점으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 2월 외국인 전용인 ‘H포인트글로벌’를 내놨다. 회원수는 불과 3개월 만에 3만명을 돌파했다. 백화점·아울렛·면세점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7%를 적립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연휴 기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이솔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연휴 기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이솔 기자
신세계백화점도 올 2월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재정비했다. 최상위 등급인 SVIP를 신설하고, 우수 고객에 제공하는 추가 할인, 사은품 등 혜택을 늘린 결과 올해 들어 4월까지 외국인 고객 수와 매출은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인공지능(AI) 13개 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외국인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맞춤형 쇼핑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가 명품을 구입하는 외국인 고객이 많은 현대 무역센터점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명품 물량을 우선으로 확보해놓고 있다. 강남권 백화점 중 유일하게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명품 브랜드 매장 웨이팅 시간을 사전에 안내해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럭셔리뷰티·명품을 찾는 외국인이 많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경우 외국인 고객도 수강할 수 있는 메이크업·스타일링 뷰티 강좌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근에 성형외과가 많은 압구정점에서는 외국인들이 뷰티 관련 제품을 많이 산다”며 “외국인 매출에서 럭셔리 뷰티 및 명품의 비중은 12.8%로, 전 점포 평균의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