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더 사는데" 개미들 한숨…회장님 매수에 '들썩'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미반도체, 주가 급락 후 반등
경쟁사 등장했지만 독주 체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반영
곽 부회장, 자사주 매입…개인도 저가 매수 행렬 동참
증권가 평균 목표가 20만6000원
"HBM 라인 증설하며 TC본더 수요 더 늘어날 전망"
경쟁사 등장했지만 독주 체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반영
곽 부회장, 자사주 매입…개인도 저가 매수 행렬 동참
증권가 평균 목표가 20만6000원
"HBM 라인 증설하며 TC본더 수요 더 늘어날 전망"
경쟁사 등장에 움찔했던 한미반도체 주가가 다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당분간 TC본더 독주 체제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상승률은 6.88%에 달한다. 14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15만원 선을 회복했다. 시가총액도 14조2290억원에서 15조2086억원으로 1조원가량 불었다. '큰 손' 외국인이 한미반도체 주식을 79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1년 전(2023년 6월 7일)에 비하면 주가는 523.46% 급등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 1위다. 같은 기간 시총은 13조원가량 불어났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131위에서 22위로 점프했다. 그 배경엔 TC본더가 있다. TC본더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장비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며 고성능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졌고, TC본더 수요도 덩달아 폭증했다. 한미반도체는 TC본더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한다. SK하이닉스의 최종 고객이 엔비디아다. 올해 들어선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마이크론에까지 TC본더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기며 주가가 잠시 주춤했다. 지난 3일 한미반도체는 장중 13%가량 급락했다. 종가 기준 하락폭은 9.28%에 달했다. 당시 한화정밀기계가 자체 개발한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정밀기계의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하루 만에 8% 넘게 뛰었다.
독점 공급 체계가 무너지면 투자심리는 위축된다. 한미반도체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아진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반도체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러 차례 경쟁에서 이겨온 만큼 이번에도 자신감 있다는 입장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지난 3일 "최근 SK하이닉스가 한화정밀기계를 듀얼 벤더(공급사)로 검토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면서도 "TC본더 시장에 ASMPT, 신카와 등 경쟁사가 있었지만,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TC본더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맺은 추가 계약도 공개됐다. 지난 7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1500억 규모의 TC본더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작년 연간 매출액(159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로써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체결한 TC본더 공급계약 규모는 총 3587억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정밀기계는 보급형 HBM을 제작하는 TC본더, 한미반도체는 HBM3E 등 차세대 HBM용 TC본더를 제작하고 있다"며 "한미반도체의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어 SK하이닉스가 다양한 곳에서 TC본더를 받기 위해 한화정밀기계의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곽 부회장은 자사주도 연일 매입하고 있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호재로 읽힌다. 최근 1년간 곽 부회장이 매입한 자사주는 354억원에 달한다. 지분율은 35.79%다. 개인 투자자도 주가 하락을 기회로 활용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3거래일간 한미반도체는 13.3% 급락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한미반도체를 1676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2위다. 한 개인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곽 회장의 지분 매입 공시를 공유하며 "더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매출액 목표로 5500억원을 제시했다. 작년(159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에선 한미반도체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제시한 한미반도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560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다. 평균 목표주가는 20만6000원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가 HBM 라인을 증설하며 TC본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후발 업체들의 장비 공급 요청도 늘어나 고객사 확장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수주에 힘입어 TC본더 매출은 작년 1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대 후반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크론의 성장세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마이크론이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돼 핵심 협력사인 한미반도체도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내년 HBM 시장 점유율 목표를 30%로 잡았다"며 "마이크론의 HBM3E는 동급 제품 대비 전력 효율이 높아 데이터센터용 장비에 우선 고려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반도체의 '듀얼 TC 본더 타이거'는 글로벌 고객사에 최적화돼있어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상승률은 6.88%에 달한다. 14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15만원 선을 회복했다. 시가총액도 14조2290억원에서 15조2086억원으로 1조원가량 불었다. '큰 손' 외국인이 한미반도체 주식을 79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1년 전(2023년 6월 7일)에 비하면 주가는 523.46% 급등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 1위다. 같은 기간 시총은 13조원가량 불어났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131위에서 22위로 점프했다. 그 배경엔 TC본더가 있다. TC본더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장비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며 고성능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졌고, TC본더 수요도 덩달아 폭증했다. 한미반도체는 TC본더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한다. SK하이닉스의 최종 고객이 엔비디아다. 올해 들어선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마이크론에까지 TC본더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기며 주가가 잠시 주춤했다. 지난 3일 한미반도체는 장중 13%가량 급락했다. 종가 기준 하락폭은 9.28%에 달했다. 당시 한화정밀기계가 자체 개발한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정밀기계의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하루 만에 8% 넘게 뛰었다.
독점 공급 체계가 무너지면 투자심리는 위축된다. 한미반도체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아진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반도체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러 차례 경쟁에서 이겨온 만큼 이번에도 자신감 있다는 입장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지난 3일 "최근 SK하이닉스가 한화정밀기계를 듀얼 벤더(공급사)로 검토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면서도 "TC본더 시장에 ASMPT, 신카와 등 경쟁사가 있었지만,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TC본더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맺은 추가 계약도 공개됐다. 지난 7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1500억 규모의 TC본더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작년 연간 매출액(159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로써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체결한 TC본더 공급계약 규모는 총 3587억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정밀기계는 보급형 HBM을 제작하는 TC본더, 한미반도체는 HBM3E 등 차세대 HBM용 TC본더를 제작하고 있다"며 "한미반도체의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어 SK하이닉스가 다양한 곳에서 TC본더를 받기 위해 한화정밀기계의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곽 부회장은 자사주도 연일 매입하고 있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호재로 읽힌다. 최근 1년간 곽 부회장이 매입한 자사주는 354억원에 달한다. 지분율은 35.79%다. 개인 투자자도 주가 하락을 기회로 활용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3거래일간 한미반도체는 13.3% 급락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한미반도체를 1676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2위다. 한 개인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곽 회장의 지분 매입 공시를 공유하며 "더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매출액 목표로 5500억원을 제시했다. 작년(159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에선 한미반도체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제시한 한미반도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560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다. 평균 목표주가는 20만6000원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가 HBM 라인을 증설하며 TC본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후발 업체들의 장비 공급 요청도 늘어나 고객사 확장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수주에 힘입어 TC본더 매출은 작년 1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대 후반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크론의 성장세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마이크론이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돼 핵심 협력사인 한미반도체도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내년 HBM 시장 점유율 목표를 30%로 잡았다"며 "마이크론의 HBM3E는 동급 제품 대비 전력 효율이 높아 데이터센터용 장비에 우선 고려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반도체의 '듀얼 TC 본더 타이거'는 글로벌 고객사에 최적화돼있어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