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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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희토류 매장국 베트남이 희토류 원료 수출을 금지할 전망이다. 수출 금지 조치가 본격화할 경우 탈(脫)중국 전략으로 베트남과 손잡던 국내 배터리, 항공우주 등 전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관련 세부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쩐 홍 하 베트남 부총리는 4일(현지시간) 열린 15대 국회 7차 질의응답 세션에서 "희토류 원료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총리는 천연자원환경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 "희토류 매장량 조사 및 평가를 실시하고 시장 공급 및 이용 수요에 따라 원칙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8%는 베트남에 묻혀있다. 전세계 희토류 수요는 2014년 이후 매년 약 4%씩 늘고 있다.

당 꾸옥 칸 천연자원환경부장관은 이날 "베트남에는 약 3000만t에 달하는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지만 채굴과 가공에 관해서는 아직 종합적으로 연구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트남 국영방송 VOV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개발과 생산, 심층 가공 기술이 없어 지난 2021년 기준 연간 생산량은 1000t에 불과하다.

베트남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했던 세계 각국과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베트남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보반트엉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뒤 희토류와 관련해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베트남을 찾아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미국, 호주 등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LS에코에너지는 올해 베트남에서 희토류 금속 합금 공장에 착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LS에코에너지 측은 "자사의 베트남 현지 사업은 베트남 정부의 원료 수출 금지 계획과는 관계가 없다"며 "현지에서는 원료가 아닌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중간재인 금속합금을 생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희토류 수요 증가와 방대한 자원을 토대로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날 쩐 홍 하 부총리도 "희토류를 활용해야 하는 산업 분야의 개발을 촉진해 보다 지속 가능한 수급을 확보하겠다"며 "이는 투자 유치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7월 오는 2030년까지 희토류 생산량 200만t을 목표로 외국인 투자 유치와 희토류 광산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5만명의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