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CJ ENM 스튜디오에서 임세영 쇼호스트가 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서울 방배동 CJ ENM 스튜디오에서 임세영 쇼호스트가 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1분에 1억원어치씩 파는 쇼호스트.’ CJ온스타일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임세영 쇼호스트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22년 경력 대부분을 TV홈쇼핑에서 쌓은 그는 최근 모바일 라이브방송(라방)에서도 1시간 만에 로보락 브랜드 로봇청소기를 70억원어치 판매하는 ‘히트’를 쳤다.

지난 4일 서울 방배동 CJ ENM 스튜디오에서 만난 임 쇼호스트는 ‘TV홈쇼핑과 라방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요즘은 둘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라방이 나오고 ‘이제 TV홈쇼핑은 끝났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마치 예능과 유튜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처럼 TV는 라방화하고 라방은 TV화하면서 서로를 보완한다”고 말했다.

라방이 태동한 것은 비대면 쇼핑 수요가 급격히 늘었던 팬데믹 시기다. 그때만 해도 라방의 형식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마치 영상통화를 하듯 모바일 화면에 얼굴을 크게 비추고, 한 시간 내내 시청자와 ‘수다를 떠는’ 방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라방산업 규모가 커지고 효율화하면서 점점 TV홈쇼핑의 모습을 띠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쇼호스트는 “어느샌가 라방도 TV홈쇼핑처럼 꽃장식을 단 테이블에 쇼호스트 2명이 앉아서 진행하고 있었다”며 “한 사람이 얼굴만 보이고 내내 시청자와 소통하며 방송을 끌어가는 포맷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대로 TV홈쇼핑에서는 라방에서 나올 법한 쇼호스트의 진솔한 멘트가 오가며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TV홈쇼핑과 라방이 닮아가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콘텐츠의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같은 콘텐츠를 TV홈쇼핑과 라방,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활용하는 CJ ENM의 ‘원 플랫폼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임 쇼호스트는 “둘 다 핵심은 1분, 짧게는 30초 이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이라며 “라방이든 TV홈쇼핑이든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진심이 통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임 쇼호스트의 경력은 독특하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CJ ENM에 PD로 입사했지만 ‘홈쇼핑업계의 핵심은 쇼호스트’라는 것을 깨닫고 2002년 쇼호스트로 직무를 전환했다. 사실 처음부터 각광받는 쇼호스트는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고 10년간 괄목할 만한 매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이걸 어떻게 팔까’에서 ‘나는 왜 이 물건을 살까’로 고민의 시각을 바꾼 게 전환점이었다”며 “일단 나부터 물건을 여러 개 써보고 비교해봐야만 ‘이 물건이 정말 좋다’는 쇼호스트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에게 임 쇼호스트는 ‘누구보다 쇼핑을 많이 하는 쇼호스트’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여태 쇼핑에 쓴 돈만 1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