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에 서울까지 '폐교 공포'…전국 367개 학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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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0' 지금이 골든타임 - 작년 초·중·고 29곳 폐교
작년 도봉·성수공고 등 문닫아
도심 폐교로 빌라촌 슬럼화 가속
자연·미술 등 특수학교로 활용
전남 75개·경남 72개 폐교 방치
작년 도봉·성수공고 등 문닫아
도심 폐교로 빌라촌 슬럼화 가속
자연·미술 등 특수학교로 활용
전남 75개·경남 72개 폐교 방치
“폐교 얘기가 나온 건 7년 전부터입니다.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졸업생과 주민들이 나서 출신 학교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학교의 폐교를 반대했지만 학생 수 감소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부산 부산진구 주원초 교장)
부산 개금동의 백병원 앞 주원초 학생들은 내년 3월 폐교를 앞두고 마지막 1년을 보내고 있다. 주원초 학생 수는 현재 99명으로 100명 선마저 무너졌다. 교육부가 정한 도시 초등학교 적정 권고 기준인 240명에 한참 못 미친다. 학교는 내년에 인근 주례초와 합쳐지는 학생들의 적응을 돕고자 두 학교의 연합 운동회를 여는 한편 정들었던 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 수학여행, 스키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농어촌 문제로만 치부하던 폐교 사태가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 총 8곳에서 문을 닫은 초·중·고는 17개다. 올해 초에는 서울에서 도봉고가 일반계고 가운데 처음으로 문을 닫는 등 폐교사태는 지방의 문제를 넘어섰다.
지방의 폐교는 이미 고질화한 상태다. 지난해 지방에서는 전북(9개), 전남(5개) 등 호남권에서 폐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입학생이 없어 휴교 중이던 군산 어청도초는 개교 100주년을 1년 앞두고 문을 닫게 됐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특히 면단위 농촌지역에서 폐교가 다수 발생하는 가운데 광역시에서도 문을 닫는 학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폐교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뿐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된다.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래 다니던 학교보다 먼 학교로 가게 돼 통학거리가 길어지고, 안전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공동체에도 위협 요인이다. 교육 여건이 악화해 이사를 오려는 사람이 줄고, 학교가 사라지면서 유해시설이 들어서 또 한 번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특히 도시 내 폐교는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많이 없는 빌라촌에서 발생하고 있어 지역 슬럼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며 “농어촌보다 교육 여건에 민감한 도시 내 폐교는 양극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폐교 방치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 폐교 3559곳 가운데 328곳이 미활용 상태다. 전국 미활용 폐교 367곳의 89.3%에 달하는 수치다. 매각되지도, 대부(임대)되지도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기준 방치 폐교는 전남이 75개로 가장 많고, 이어 경남 72개, 경북 57개, 강원 56개 순이다. 이미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원은 “인근 인구 분포를 고려해 폐교의 교육적 가치를 최대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소극적 폐교 관리 보존을 뛰어넘어 다양한 교육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부산 개금동의 백병원 앞 주원초 학생들은 내년 3월 폐교를 앞두고 마지막 1년을 보내고 있다. 주원초 학생 수는 현재 99명으로 100명 선마저 무너졌다. 교육부가 정한 도시 초등학교 적정 권고 기준인 240명에 한참 못 미친다. 학교는 내년에 인근 주례초와 합쳐지는 학생들의 적응을 돕고자 두 학교의 연합 운동회를 여는 한편 정들었던 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 수학여행, 스키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농어촌 문제로만 치부하던 폐교 사태가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 총 8곳에서 문을 닫은 초·중·고는 17개다. 올해 초에는 서울에서 도봉고가 일반계고 가운데 처음으로 문을 닫는 등 폐교사태는 지방의 문제를 넘어섰다.
○대도시까지 덮친 폐교 공포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에서 초·중·고 29곳이 문을 닫았다. 이 중 절반 이상(58.6%)이 8개 대도시에서 나왔다. 대구에서는 12곳이 폐교했다. 지난해 군위군이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되면서 폐교 8곳이 함께 이관됐기 때문이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 행당분교, 성수공고가 문을 닫았다. 도봉고는 서울 일반계고 중 첫 폐교 사례다. 개교 이후 학생 수 200명대를 유지하다가 2021년 75명, 2022년 42명으로 급격히 줄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성수공고는 인구 감소뿐 아니라 취업난에 따른 특성화고 기피 현상까지 겹쳐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지방의 폐교는 이미 고질화한 상태다. 지난해 지방에서는 전북(9개), 전남(5개) 등 호남권에서 폐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입학생이 없어 휴교 중이던 군산 어청도초는 개교 100주년을 1년 앞두고 문을 닫게 됐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특히 면단위 농촌지역에서 폐교가 다수 발생하는 가운데 광역시에서도 문을 닫는 학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폐교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뿐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된다.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래 다니던 학교보다 먼 학교로 가게 돼 통학거리가 길어지고, 안전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공동체에도 위협 요인이다. 교육 여건이 악화해 이사를 오려는 사람이 줄고, 학교가 사라지면서 유해시설이 들어서 또 한 번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특히 도시 내 폐교는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많이 없는 빌라촌에서 발생하고 있어 지역 슬럼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며 “농어촌보다 교육 여건에 민감한 도시 내 폐교는 양극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치된 폐교만 전국에 367곳
더 큰 문제는 방치되는 폐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폐교들이 비교적 잘 활용되는 편이다. 경기도에 있는 폐교 183곳 가운데 58곳이 매각됐고 106곳이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1994년 폐교된 안산 화정초는 올해 1월부터 안산화정영어마을로, 1992년 폐교된 비봉초는 올해부터 비봉땅 자연미술학교로 활용 중이다. 마산초(1994년 폐교)는 야영장, 창문초(2000년 폐교)는 창문아트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청 자체로 활용하는 곳 중에서는 안성초가 특수학교로 꾸려지고, 기흥중이 주민 체육시설로 쓰여 좋은 사례로 꼽힌다.반면 지방에서는 폐교 방치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 폐교 3559곳 가운데 328곳이 미활용 상태다. 전국 미활용 폐교 367곳의 89.3%에 달하는 수치다. 매각되지도, 대부(임대)되지도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기준 방치 폐교는 전남이 75개로 가장 많고, 이어 경남 72개, 경북 57개, 강원 56개 순이다. 이미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원은 “인근 인구 분포를 고려해 폐교의 교육적 가치를 최대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소극적 폐교 관리 보존을 뛰어넘어 다양한 교육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