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가 기승부리는 유럽
극우 세력이 유럽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극우파가 힘을 잃고 있다. 유럽 우파 일부가 희망하고 좌파 대부분이 우려하는 극우 쓰나미는 정치적 물결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같은 증거는 독일 튀링겐주 지방선거에서 확인됐다.

이합집산하는 유럽 극우

튀링겐주는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텃밭이다. AfD 인기는 기존 독일과 유럽 정치인들 사이에서 우려의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독일 지방의회 선거에서 AfD가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AfD가 흔들리는 이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fD는 러시아·중국 연루설에 직면했고, 지난 1월 고위 당원이 망명 신청자 및 기타 외국인 대량 추방을 논의하기 위해 민족주의자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사태가 악화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한 당의 유력 후보 막시밀리안 크라는 히틀러 친위대원이 모두 범죄자는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이 때문에 독일에서 AfD의 득표율이 떨어졌을 수 있다.

독일인에게 AfD는 열광이나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불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다.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단서는 유럽 내 다른 반항적인 정치인들이 AfD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은 유럽의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프랑스 대통령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AfD는 유럽의회 극우정치 집단(교섭단체)인 ‘정체성과 민주주의’에서 제명당했다.

스페인의 ‘복스’, 폴란드의 ‘법과정의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당’ 등 주요 반란 우파 정치 계열인 유럽 보수당과 개혁당에서도 AfD를 환영하지 않는다. 이는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파를 충분히 결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치인의 행동인 것이다.

르펜은 수년간 단호한 현실주의로 아버지가 창당한 정당에서 그를 추방하는 한편, 프랑스의 유로 가입 반대 등과 같은 다른 의견들을 수용했다. 이는 멜라니 총리가 이탈리아를 통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중도층 표심 얻어야

평론가들은 극우 정치인의 이런 행태를 비웃는다. 실상은 신생 극우 정당도 다른 극우 정당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수년간 AfD의 추진력은 지도자들이 중도 여론에 가장 잘 적응했을 때 강력했다. 최근 AfD가 저지른 실수는 지도자들이 실제 생각을 말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아무리 진정성을 강조해도 정치인의 생각이 객관적으로 불쾌감을 줄 때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에서 우려하는 점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란 우파가 승리하면 유럽 유권자의 ‘반EU 정서’가 급증하고, EU가 이를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 대륙은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힘에 의해 밀려드는 정상적인 정치적 물결을 보게 될 것이다. 신생 정치인들이 그 물결에서 서핑할 때, 역시 그들이 도전하는 기존 정치인처럼 넘어질 것이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Europe’s Far-Right Wave Has Crested’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