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이용자의 선택지를 넓혀준 알뜰폰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순증 가입자가 넉 달 만에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통신3사가 2만원대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의 가격 매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비 인하 부메랑"…알뜰폰 업계 고사 위기

가격 매력 사라진 알뜰폰

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이용자는 7만3727명이다. 지난 1월(12만332명)보다 이동 고객이 38.7% 감소했다.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옮겨 간 이용자는 같은 기간 4만2272명에서 5만9276명으로 40.2% 늘었다.

알뜰폰 가입자 순증 인원이 7만8060명에서 1만4451명으로 80% 넘게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련 업계는 하반기가 되면 알뜰폰 가입자 통계가 순감으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알뜰폰은 5G 요금제를 월 1만~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통신3사가 지난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2만원대 요금제까지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6GB(기가바이트) 5G 요금제를 SK텔레콤은 2만7000원, LG유플러스는 2만6000원에 선보였다. KT는 월 3만원에 5GB를 제공한다.

전환지원금 제도도 알뜰폰업계엔 악재다. 정부는 통신사 간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시행령을 고쳤다. 이에 따라 통신3사는 지난 3월부터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공기계를 구매한 뒤 알뜰폰에 가입하려는 통신 이용자가 통신3사 서비스를 선택할 유인이 커졌다”며 “50~60% 수준인 5G 도매가율을 고려하면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을 더 키우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4이통사 참전에 경쟁 심화

금융권의 움직임도 알뜰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은 보이스피싱 예방에 특화한 요금제 2종을 이달 초 출시했다. 이 상품은 등록한 번호의 스마트폰이 통화 중이면 국민은행 자동화기기(ATM) 거래를 자동으로 제한한다. 금융권과 긴밀한 공조가 쉽지 않은 기존 알뜰폰업체에선 쉽게 내놓기 어려운 서비스다.

제4이동통신사인 스테이지엑스의 등장도 알뜰폰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내년 상반기 통신 서비스 상용화가 목표다. 지난 2월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파격적인 요금제 출시”를 공언한 만큼 가격 경쟁력이 무기인 알뜰폰과도 고객 유치를 두고 다툴 여지가 크다.

알뜰폰업계는 이색 상품으로 출구를 찾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가 지난 3일 출시한 ‘빽다방 100잔 요금제’가 대표적이 사례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1500원짜리 빽다방 아메리카노 쿠폰을 매달 넉 장씩 25개월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업계가 톡톡 튀는 제휴 상품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