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에 은박지 전해주던 절친, 원로시인 김광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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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의 국제화를 위해 힘쓴 김광림(본명 김충남) 시인이 9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948년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같은 해 연합신문을 통해 시 ‘문풍지’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6·25전쟁 때 육군 소위로 참전한 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다.
김 시인은 서구 모더니즘의 바탕에서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의 시 세계를 추구했다. 정지용, 김광균으로 시작해 김광섭, 박남수 등을 거치며 형성된 모더니즘의 계보를 잇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필명 광림은 김광균의 광(光)과 김기림의 림(林)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대표작으로는 1959년 발표한 시 ‘꽃의 반항’이 꼽힌다. 전쟁 직후 황폐해진 도시를 배경으로 꽃과 인간의 속성을 대비한 작품이다.
김 시인은 화가 이중섭(1916~1956)과의 인연으로도 알려졌다. 김 시인은 1947년 원산에서 이중섭과 처음 만나 그가 작고한 1956년까지 교류했다. 김 시인은 이중섭이 그림의 재료로 활용한 양담배 은박지를 수집해 전해줬던 장본인이다. 이중섭은 생전에 극도의 자기혐오 속에서 자기 그림들을 불살라달라고 부탁하곤 했는데, 이때마다 김 시인은 이중섭의 그림들을 잘 보관했다가 돌려주기도 했다.
김 시인은 1980년대부터 한·중·일 시단 교류에 앞장서며 한국시의 국제화를 위해 힘썼다. 1992~1994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오전의 투망>, <천상의 꽃>, <앓는 사내> 등 시집과 <존재에의 향수>, <아이러니의 시학>, <일본현대시인론>을 비롯한 여러 평론집을 남겼다.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일한 문화교류기금상, 청마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들 김상수 바움커뮤니케이션 회장과 김상일 조각가, 김상호 대만 과기대 학장 겸 대만 현대시인협회장, 딸 김상미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꽃은 꺾인 대로 화병에 담아 채우면 / 금시 향기로워 오는 / 목숨인데 / 사람은 한번 꺾어지면 / 그만 아닌가 (중략) 사람도 그만 향기로울 데만 있으면 / 담아질, 꺾이어도 좋은 꽃이 아닌가" (김광림, '꽃의 반항' 중)
안시욱 기자
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948년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같은 해 연합신문을 통해 시 ‘문풍지’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6·25전쟁 때 육군 소위로 참전한 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다.
김 시인은 서구 모더니즘의 바탕에서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의 시 세계를 추구했다. 정지용, 김광균으로 시작해 김광섭, 박남수 등을 거치며 형성된 모더니즘의 계보를 잇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필명 광림은 김광균의 광(光)과 김기림의 림(林)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대표작으로는 1959년 발표한 시 ‘꽃의 반항’이 꼽힌다. 전쟁 직후 황폐해진 도시를 배경으로 꽃과 인간의 속성을 대비한 작품이다.
김 시인은 화가 이중섭(1916~1956)과의 인연으로도 알려졌다. 김 시인은 1947년 원산에서 이중섭과 처음 만나 그가 작고한 1956년까지 교류했다. 김 시인은 이중섭이 그림의 재료로 활용한 양담배 은박지를 수집해 전해줬던 장본인이다. 이중섭은 생전에 극도의 자기혐오 속에서 자기 그림들을 불살라달라고 부탁하곤 했는데, 이때마다 김 시인은 이중섭의 그림들을 잘 보관했다가 돌려주기도 했다.
김 시인은 1980년대부터 한·중·일 시단 교류에 앞장서며 한국시의 국제화를 위해 힘썼다. 1992~1994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오전의 투망>, <천상의 꽃>, <앓는 사내> 등 시집과 <존재에의 향수>, <아이러니의 시학>, <일본현대시인론>을 비롯한 여러 평론집을 남겼다.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일한 문화교류기금상, 청마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들 김상수 바움커뮤니케이션 회장과 김상일 조각가, 김상호 대만 과기대 학장 겸 대만 현대시인협회장, 딸 김상미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꽃은 꺾인 대로 화병에 담아 채우면 / 금시 향기로워 오는 / 목숨인데 / 사람은 한번 꺾어지면 / 그만 아닌가 (중략) 사람도 그만 향기로울 데만 있으면 / 담아질, 꺾이어도 좋은 꽃이 아닌가" (김광림, '꽃의 반항' 중)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