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안경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금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실증 특례 업체 지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콘택트렌즈 관련 규제 개선 사업도 당분간 속도를 내지 못할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경사 131명은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 지정처분 취소청구’ 행정소송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과기정통부가 2017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콘택트렌즈 배송 플랫폼 ‘내눈N’을 운영하는 픽셀로를 실증 특례 업체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실증 특례란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특정 기업이 제한된 조건으로 신기술·서비스를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안경사업계는 과기정통부의 실증 특례 업체 지정이 사실상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원고 측은 “실증 특례 지정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과 안경사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맞선다”며 “부작용이나 문제 발생 시 책임은 업체와 안경원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과기정통부 답변을 볼 때 문제점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사법은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픽셀로는 2021년 6월 정부에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으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민 눈 건강 보호’를 이유로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논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탄력을 받았다. 정부가 작년 11월 제31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민생 규제 혁신방안’ 167건을 발표하면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도 허용하기로 결정하자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제34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안경업소의 콘택트렌즈 판매 중개 플랫폼’ 실증 특례 업체로 픽셀로를 지정했다.

하지만 같은 달 헌재는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의료기사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안경사들이 집단소송으로 맞서면서 과기정통부의 규제실증 특례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영세 규모인 실증 특례 업체가 소송 리스크를 부담하면서까지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