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신발이 좋아"…'호카·어그'로 대세 된 데커스 아웃도어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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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오르며 주가 올해 40%↑
입소문 탄 '호카', Y2K 유행 편승한 '어그'
동종업계보다 높은 PER에 주가 고평가 우려도 미국 신발업체인 데커스 아웃도어는 1년 반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초 주당 약 400달러에서 시작했던 주가는 지난 25일 기준 975.32달러에 마감했다. 데커스 아웃도어는 사계절 내내 신발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이뤘다. 2000년대 말에 유행했던 'Y2K 패션'이 부활하며 겨울에는 어그 부츠가 인기를 끌었고, 봄부터 가을에는 마니아층만 즐겨 신던 호카 운동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다.
1973년 설립된 데커스 아웃도어는 50년 된 패션 회사지만 미국에서 호카 및 어그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가장 '핫한' 브랜드로 인기를 끌며 반등했다. 데이브 파워스 데커스 아웃도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에서 "호카와 어그는 신발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18~34세 사이에서 호카의 인지도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해당 연령대의 브랜드 인지도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호카의 인기 비결에 대해 "팬데믹 기간 동안 '못생긴 신발'이 유행하고, 노인 및 선수들이 즐겨 찾는 신발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운동화 브랜드로, 데커스 아웃도어에는 2013년 인수됐다. 브랜드 이름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말로 "땅 위를 날다"라는 의미인 '호카 오네 오네(Hoka One One)'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착화감을 우선한 고품질의 운동화로 인지도를 높이던 호카는 2017년 미국 유명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신의 SNS에 신발 사진을 게재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하게 된다.
톰 니킥 미국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카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으로 계속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커스 아웃도어에 따르면, 미국에서 호카의 현재 인지도는 40%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가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글로벌 점유율도 전년 대비 40% 이상 뛴 수준이다. 아직 호카가 글로벌 운동화 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지도가 매출로 이어질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종합금융회사 스티펄파이낸셜에 따르면, 호카는 글로벌 운동화 시장에서 약 1.3%만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인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On)은 약 1.7%,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23.7%, 11.5%를 점유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또한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 런던에 이은 두 번째 유럽 소매점을 개점한 것도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주력 브랜드를 제외한 기타 브랜드의 매출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는 점은 주가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4분기 스포츠 샌들 브랜드 '테바'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캐주얼 신발 브랜드 '사눅'은 3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호카와 어그의 성장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데커스아웃도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1.75배로, 22배 수준인 동종업계보다 훨씬 높아서다.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의 암리타 로이는 "호카는 성장하더라도 어그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대에 그칠 수 있다"며 "현재 가계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입소문 탄 '호카', Y2K 유행 편승한 '어그'
동종업계보다 높은 PER에 주가 고평가 우려도 미국 신발업체인 데커스 아웃도어는 1년 반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초 주당 약 400달러에서 시작했던 주가는 지난 25일 기준 975.32달러에 마감했다. 데커스 아웃도어는 사계절 내내 신발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이뤘다. 2000년대 말에 유행했던 'Y2K 패션'이 부활하며 겨울에는 어그 부츠가 인기를 끌었고, 봄부터 가을에는 마니아층만 즐겨 신던 호카 운동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다.
3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대 성장
데커스 아웃도어 주가는 유명 양털 부츠 브랜드 '어그'와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매출 덕분에 크게 뛰었다. 올해 들어 40% 넘게 오른 데커스 아웃도어는 같은 기간 약 15% 오른 미국 S&P500지수보다도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직전 분기 실적도 좋았다. 데커스 아웃도어의 지난 2024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3월) 전체 매출은 9억5980만달러(약 1조333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2% 늘었다. 호카의 순 매출은 34% 늘어난 5억3300만달러로 집계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별 매출 5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보고했다. 어그 4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난 3억6130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브랜드가 회사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94.3%에 달한다.MZ 중심으로 인지도 끌어모은 "핫한" 신발
데커스 아웃도어의 실적 호조는 자사 주력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호카와 어그를 검색하는 빈도는 지난해 12월 2019년 12월 초와 비교해 각각 6배,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회사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급등했다.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브랜드는 호카다. 2019년만 하더라도 호카가 데커스 아웃도어 내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순 매출 비중은 11%에 불과했지만 지난 4분기에는 42%로 뛰었다.1973년 설립된 데커스 아웃도어는 50년 된 패션 회사지만 미국에서 호카 및 어그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가장 '핫한' 브랜드로 인기를 끌며 반등했다. 데이브 파워스 데커스 아웃도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에서 "호카와 어그는 신발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18~34세 사이에서 호카의 인지도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해당 연령대의 브랜드 인지도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호카의 인기 비결에 대해 "팬데믹 기간 동안 '못생긴 신발'이 유행하고, 노인 및 선수들이 즐겨 찾는 신발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운동화 브랜드로, 데커스 아웃도어에는 2013년 인수됐다. 브랜드 이름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말로 "땅 위를 날다"라는 의미인 '호카 오네 오네(Hoka One One)'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착화감을 우선한 고품질의 운동화로 인지도를 높이던 호카는 2017년 미국 유명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신의 SNS에 신발 사진을 게재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하게 된다.
톰 니킥 미국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카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으로 계속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커스 아웃도어에 따르면, 미국에서 호카의 현재 인지도는 40%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가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글로벌 점유율도 전년 대비 40% 이상 뛴 수준이다. 아직 호카가 글로벌 운동화 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지도가 매출로 이어질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종합금융회사 스티펄파이낸셜에 따르면, 호카는 글로벌 운동화 시장에서 약 1.3%만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인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On)은 약 1.7%,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23.7%, 11.5%를 점유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또한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 런던에 이은 두 번째 유럽 소매점을 개점한 것도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P500 편입은 호재지만…"성장 정체 우려"
데커스 아웃도어가 지난 3월 S&P500지수에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함께 편입된 것도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IB) BTIG는 지난 25일 목표 주가를 주당 1120달러에서 1200달러로 인상하고 '매수' 등급을 유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명의 애널리스트가 매수 등급을 부여했다. 보유와 매도를 권고한 애널리스트는 각각 5명, 2명으로 집계됐다.다만 주력 브랜드를 제외한 기타 브랜드의 매출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는 점은 주가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4분기 스포츠 샌들 브랜드 '테바'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캐주얼 신발 브랜드 '사눅'은 3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호카와 어그의 성장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데커스아웃도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1.75배로, 22배 수준인 동종업계보다 훨씬 높아서다.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의 암리타 로이는 "호카는 성장하더라도 어그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대에 그칠 수 있다"며 "현재 가계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