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  우리 군 초소 너머로 북한군 초소가 자리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이 6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9일 밤부터 310여개의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띄워 보냈다. /뉴스1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 우리 군 초소 너머로 북한군 초소가 자리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이 6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9일 밤부터 310여개의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띄워 보냈다. /뉴스1
북한이 지난 9일 밤부터 300개가 넘는 오물 풍선을 남쪽에 띄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북한은 네 차례에 걸쳐 1600개 이상의 오물 풍선을 띄우는 등 대북전단 살포·확성기 방송에 대해 적극 맞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군은 북한의 확성기 '조준사격' 등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전날 오후 9시40분부터 이날 오전 8시30분까지 310여개의 북한 오물풍선을 식별했다"고 발표했다. 오물 풍선 내부에는 폐지·비닐 등 쓰레기가 들어있었다는 게 합참 설명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북한은 이미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8~9일 세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 1300여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에 우리 군은 전날 오후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 시간 가량 실시했다. 북한의 이번 4차 풍선 살포는 확성기 재개에 대한 맞대응으로 추정된다. 전날 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우리의 대응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에 민감한 태도를 보여온 만큼 향후 북한이 무력 보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언하며 우리 군에 강한 압박을 가했다. 당시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이남에서 대북 확성기를 타깃으로 14.5㎜ 고사총과 76.2㎜ 평곡사포 세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우리 군도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6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융통성 있게 하겠다는 견해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응해 대남 오물 풍선을 추가로 살포했는데도 방송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전략적, 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군 장병들이) 1차적으로 방호가 되는 곳에서 작전을 시행하고 있고 필요한 장구류를 착용하고 있다"며 "공격을 받았을 때 응징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도발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남북 긴장관계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북한이 2015년처럼 '준전시' 상태를 언급하며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려면 병력 동원을 해야하는 데 요즘 한창 농사철이라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우발적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도 물리적 충돌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어 공격 무기를 쉽게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