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외면받는 한국 제품…'서비스 기반 신형 소비'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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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가 본 해외시장 트렌드
중국 리오프닝 이후 불어 닥친 부동산 불경기의 영향으로 회복 기세가 한풀 꺾인 중국 소비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고 있을까? 한때 한류에 힘입어 고품질과 혁신의 마케팅 포인트로 일본 제품을 밀어내고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한국 소비재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국민소득 1만3000불 선까지 접근한 중국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 수 있는 한국산 제품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심정으로 유통업체들을 만났다. 쓰촨성 청두에서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기업사는 몇 남지 않은 외국계 매장이다. 한때 프리미엄 제품의 대명사였던 일본 제품이 술이나 과자 정도를 빼고 많지 않다. 한국 제품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에는 중국산 식품과 음료들 일명 궈훠(國貨, 중국 브랜드 제품)로 채워졌다.
식품뿐 아니다. 중국 MZ세대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열기(궈차오, 國潮)는 휴대폰, 자동차,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제품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브랜드들의 약진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업체의 귀띔이었다. 자리를 옮겨 한때 한국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였던 웨이하이 X사를 만났다. 이 업체는 이제 동남아 제품의 수입 비중이 한국산을 넘어서고 있다.
태국, 베트남 제품은 한국 제품에 비해 가격과 품질 등에서 시장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산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내륙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W사는 여전히 한국 제품의 품질과 앞선 브랜드력 만큼은 확실히 시장에서 통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제품의 차별화와 프리미엄화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고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우리 화장품과 식품은 코리아 브랜드를 키운 일등 공신이다. 우리 업체들도 연안 시장부터 내륙 시장까지 현지의 크고 작은 유통망에 납품하고자 부지런히 달려왔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바이어들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신소비 경향에 맞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이 피부로 다가왔다.
중국 소비의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상품 위주의 시장에서 서비스 기반 신형 소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생활 방식이 개선되면서 소비 의지와 능력이 좋아진 반면, 왕서방식 무분별한 소비는 사라졌다.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이성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반면에 여행, 미식, 야영, 스포츠 활동에 기꺼이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Z세대부터 60세 이상의 은발세대까지 자신 및 가족의 건강과 미용에 관한 관심이 충만하다.
지금은 수출 품목을 중국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연계한 소비재로 다시 짜야 하는 시간이다. 우리 소비재 수출 품목을 프리미엄화 해야 한다. 실례로 양로 헬스케어, 헤어 관리, 야영물품, 반려동물 제품은 소득 수준이 늘어난 계층에게 필요한 아이템이다.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와 기능성 음료, 온라인 게임, 콘텐츠, 캐릭터 IP(지식재산권)는 소비의 새로운 주도층이 되는 20~30대 세대에 단연 경쟁력이 있다. 그동안 대형 매장이나 플랫폼에 입점 진출하던 방식에서 지역과 세대별 온라인 커뮤니티나 날로 진화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 모델에 늦기 전에 올라타야 한다.
중국 유통시장은 변화가 많다. 그만큼 어렵다. 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살갗에 닿는 서비스로 마음을 우선 열어야 한다. 새로운 중국 소비자 정서에 맞는 서비스 연계 모델로 성공하는 제품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변용섭 청두무역관 관장